세종시와 당권을 걸고 표 대결을 벌이자는 조기 전대론은 더 할 나위 없는 출구전략이자 공정한 게임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세종시 수정안 포기와 당권을 진상하자는 주장과 진배없었다.
사정이 그랬다. 대의원들의 계파 분포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시점이었다. '조기', 즉 지방선거 이전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문제였다. 이 시점이 전당대회 표결 결과를 이미 규정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의 여인'이라는 점, 따라서 지방선거를 앞둔 대의원 입장에선 '선거의 여인'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승부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계는 생각이 없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밥상을 차려줄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독상을 받으려 한다. 지방선거 공천에 적극 간여해 친위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한다.
▲ 지난해 9월 9일 청와대 조찬모임 장면 ⓒ장광근 의원 홈페이지 |
방증이 있다. 장광근 사무총장의 존재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1일 장광근 사무총장 교체를 추진하던 정몽준 대표를 만나 말했단다. "세종시 문제로 야당과 친박이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친이계 핵심인 장광근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단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말했단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여당 내 주류측 단합 차원에서 당직 개편을 세종시 처리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단다. '동아일보' 보도다.
이렇게 이명박계 핵심의 지원 사격을 받은 장광근 사무총장이 말했다.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분들의 전제조건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체질을 강화하자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방선거 필패론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국정 지지도가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어제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슨 뜻인가? 박근혜 전 대표에 기대지 않고도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우산 아래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해서 이명박 정권의 권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얘기다.
이명박계의 입장은 이렇게 분명하다. 계파 안배보다는 권력 논리에 따라 지방선거 공천을 감행하려고 한다. 그 총대를 장광근 사무총장에게 맡기려 한다. 2008년 총선 때 이방호 당시 사무총장이 그랬던 것처럼 '돌격대장'인 장광근 사무총장을 내세워 한나라당의 말초신경조직을 장악하려고 한다.
이명박계의 구상이 현실에 먹혀들지는 논외로 하자. 박근혜계의 대응을 살펴야 하고 표심의 선택을 지켜봐야 안다. 다만 한 가지만 추출하자. 이명박계의 구상이 낳을 2차 시나리오다. '성공'을 전제로 한 실행계획이다.
하나. 세종시 문제의 향배다. 정부는 27일 세종시특별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2월말~3월초에 국회에 제출한 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라지만 가능성은 낮다. 지방선거 공천기간과 겹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방선거 공천이 이명박계 주도로, 이명박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기간에 세종시 처리에 발동을 거는 것은 당 내홍에 불을 지르는 것과 같다.
둘. 전당대회의 효용이다. 이명박계의 비토로 조기 전대가 물 건너간 만큼 지방선거 이후, 다시 말해 7월 개최는 기정사실이 됐다. 이 일정을 감안하고 이명박계의 지방선거 공천 '과점'을 전제하면 전당대회는 타격전으로 치러진다. 박근혜 전 대표를 코너로 모는 전당대회, 박근혜계에게 피니시블로를 날리는 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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