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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학원 보내지 말라" 해법의 두 가지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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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학원 보내지 말라" 해법의 두 가지 모순

'EBS강화-등록금 상한제 반대-SSM 규제 반대' 공통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한 주부의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토로에 "학원을 보내지 말라"는 해법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를 방문했다. 설연휴를 앞두고 민생 챙기기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만난 중2, 중3 두 자녀를 뒀다는 주부가 "학원비가 월 20만원 한다. 가계 부담이 너무 많이 된다"고 사교육비 부담을 얘기하자, 이 대통령은 "학원 안 보내면 안 돼요?. 대학 들어갈 때쯤이면 효과가 없을 텐데"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주부는 "방학을 이용해서 선행학습을 안 해주면 학기 중에 못 따라간다"고 반론을 폈다. 이 대통령은 "EBS나 IPTV에서 최고의 강사들이 강의한다"고 EBS 강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주부는 "저희도 EBS 강의는 듣는데 그것만 갖고는 부족하다"고 다시 문제를 제기했고, 이 대통령은 "(EBS 강의를) 완전히 개조한다. IPTV는 다시 보기도 할 수 있고, 자기 수준에 맞춰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려고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20일 마트에서 만난 주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EBS를 국영학원화 하는 게 해법일까?

"학원을 보내지 말라"는 이 대통령의 해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학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천적 방안으로 '학원 안 보내기 운동'을 하는 게 가장 빠른 해법인 것은 맞다.

하지만 현실과는 유리된 해법이다. 현재의 대학입시 위주의 공교육 체계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또 대학 서열화와 대학 입시에서 매겨진 성적이 취업에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사교육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여기서 학부모들은 궁극적으로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는 '선행학습 레이스'에 자녀들을 내몰 수밖에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입시경쟁은 일제고사 부활,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통해 더 심화됐고,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교육과학부에 따르면, 2008년 전국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3%나 상승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영어 공교육 강화를 주장했지만 영어 사교육비는 11.8%나 늘었다.

더구나 현재의 획일화된 경쟁 위주의 교육을 그대로 둔 채 EBS를 일종의 국가가 운영하는 입시학원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EBS가 아무리 최강의 강사진을 갖추고 IPTV를 통해 활용 방법을 다양화한다고 할지라도 학원의 경쟁력을 따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가 운영하는 '쪽집게 학원'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경쟁력을 갖기도 힘들다.

이 대통령의 원칙적 발언이 서민 가슴에 '대못 박기'로 들리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교육=대학 입시'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학원 보내지 말고 EBS 방송을 보라"는 조언은 사교육비 문제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등록금 상한제 반대- SSM 규제 반대의 연장선

이 대통령이 사교육비 부담에 대해 직접적인 규제가 아닌 EBS 방송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또 다른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교육처럼 공적 가치가 우선되는 영역이라 할지라도 시장의 영역에 대해 국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린 해법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학 등록금 상한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법으로 (등록금을) 얼마 이상 올리면 안 된다든가, 또는 교육부 장관이 등록금 인상을 승인한다든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러면 관치교육이 된다.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여야 합의로 등록금 상한제 통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나와 논란이 됐었다. 한나라당에 '지침'을 내린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런 우려와 달리 등록금 상한제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와 함께 지난 18일 국회를 통과했다.

교육의 영역은 아니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친서민 행보를 시작하면서 중소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형유통업체의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똑같은 논리로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SSM과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중소상인들에게 "마트가 못 들어서게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안된다. 정부가 그렇게 시켜도 재판하면 패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인터넷 거래를 통한 산지와 재래시장의 유통구조 개선, 재래시장 주차장 확충 등 '경쟁력 강화'였다. 당장 먹고 살기에도 팍팍한 영세상인들에게 '경쟁력'을 가지라는 주문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더구나 대형유통업체가 자본력을 앞세워 골목상권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내버려 둔 채 말이다. 이런 점에서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에 대해 EBS 방송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과 유사한 논리가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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