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한다. 결과적으로 문성관 판사가 자신들의 고소내용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뿔이 날 법하다. 그래도 지켜야 한다. 공격을 하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말한 '일반적 법상식'에 입각하고 '국민감정'에 입각해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
문성관 판사와는 달리 민사 1,2심이 'PD수첩'의 방송을 허위·과장 보도로 인정한 점이 이들 주장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허위사실에 대한 민사와 형사의 판단기준이 다르다는 법원의 설명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들의 근거는 희박하다 못해 전무하다. 다른 재판부와 다른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이의 제기를 넘어 비난을 하고 탄핵 소추까지 거론해야 한다면 법복을 벗어야 하는 판사 대열이 서초동 법원청사를 한 바퀴 두르고도 남을 테니까.
▲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좌)과 민동석 전 한미 쇠고기협상 수석대표 ⓒ뉴시스 |
어쩔 수가 없다. 이들의 비난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다른 데서 근거를 찾아야 한다. '우리법연구회'를 패대기치는 것과 같은 법리 외적 요인에서 근거를 찾아야 한다. 헌데 이마저도 어렵다. 문성관 판사는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한 적이 없다.
때마침 일부 보수언론이 희미한 근거 하나를 꺼냈다. 문 판사가 정부의 방북허가 조건을 어기고 북한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에 참석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이천재 범민련 고문에게 지난해 6월 무죄를 선고한 '전력'이다.
들어맞는다. 정운천 전 장관이 말한 "치우쳐진 성향"과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은 궁합이 잘 맞는다. 헌데 어쩌랴. 이 근거엔 두 가지 맹점이 있다.
하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문 판사가 법관 임관 이후 10년 동안 담당한 사건은 5613건. 이 가운데 기존 판례를 뒤집어 판결한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이 통계에 기초하면 5613 대 1이 된다. 문 판사가 법리와 판례에 준하지 않고 "치우쳐진 성향"에 따른 편향도는 0.017이 된다. 통계학적으로 무시하고도 남을 빈도다.
그래도 좋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그들 입으로 말한 편향의 오류에 빠진다.
문 판사가 이천재 고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 탓에 문 판사의 판결은 확정판결이 돼 버렸다. 왜 그랬을까? 검찰이 왜 국가보안법 위반과 같은 '중차대한' 범죄에 대한 단죄를 쉬 포기했을까? 연유를 알 길은 없지만 시비는 가릴 수 있다.
문 판사의 그 판결을 문제 삼기 전에 검찰의 직무유기부터 따지는 게 도리다. 판사의 "치우쳐진 성향"이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면, 그래서 탄핵 소추까지 불사해야 한다면 이 주장은 검찰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치우쳐진 판결'을 바로잡을 기회를 검찰이 앗아버린 것이 되니까, 이 점을 문제 삼지 않고 문 판사의 판결만 문제 삼으면 "치우쳐진 공격"이 되니까.
이쯤으로도 갈무리는 충분할 것 같지만 그래도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하나를 덧붙이자. '한국일보'가 보도한 내용이다. 이렇게 돼 있다.
"문성관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아니다. 진보적인 판결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도 거의 없다. 흔히 보수 판사에게 동원되는 '합리적이고 신중하고 무난한 판결을 한다'는 평가를 그 역시 받는다. 그런 문 판사에게 일부 보수단체들이 주장하듯이 진보 딱지를 붙여서 판결의 편향성을 재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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