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두고 "총재도 시장 같은 곳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법률이 보장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대통령이 앞장서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이 대통령은 창동 농협유통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갖고 "물가와 관계없는 장관들도 현장을 자주 찾아보도록 하라"면서 특별히 이 총재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같은 말을 함에 따라 출구전략 시기를 고민 중인 한은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래시장 경기가 아직 바닥인데 기준금리 인상은 삼가라는 우회적 '명령'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줄곧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한은은 기준금리를 11개월 째 2.0%로 동결시켜놓은 상태다.
조태진 한은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이처럼 직접적인 발언을 함에 따라 한은법에 보장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출구전략을 하지 말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지난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제대로 환수가 안 됐다"며 "출구전략 시기를 놓친다면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지기 때문에 서민 경제에도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정치적 목적이나 특정 분야에 대한 시각만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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