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의 말에는 무게감이 없다. 파괴력이 크지 않은 평의원의 개별 의견일뿐더러 그가 "탈당하고 나가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응할 까닭도 없고, 그럴 사정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준표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한다는 세간의 말에 기대면 그의 말은 '공격용'보다는 '전시용'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기운 서울시 당원과 의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선명도 지수를 올렸다는 해석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현 대표가 험구를 주고받은 양상 또한 그리 중요치 않다. 지금까지 있어왔고 앞으로 있을 공방의 편린에 지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충돌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현 대표의 충돌은 서막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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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건 정면충돌의 양상이 아니라 그 내용이다. 정면충돌 양상에도 불구하고 '빅뱅' 가능성에 쉬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책임지라고 했다. "당이 신뢰를 잃는 것은 (정몽준 대표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된다. 이명박계가 세종시 원안 고수 당론을 변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당장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그 책임을 정몽준 대표에게 묻겠다는 뜻이 된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정몽준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박근혜계가 정몽준 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세가 불어나지 않는 한 박근혜 전 대표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하나 밖에 없다. 7월로 예정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각을 세우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상정하고 있다면 사라진다. 탈당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여지가 사라진다. 전당대회에서 이기든 지든 그것은 당심을 반영한 결과이니까, 또 정상적인 당 의사결정과정의 산물이니까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입만 열면 절차와 원칙을 읊조리는 박근혜 전 대표로선 더더욱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과정이다. 이명박계가 당론 변경을 끌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을 '정상'의 범주에서 전개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방법을 모색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설득의 틀 내에 머문다면 몰라도 그 범주를 뛰어넘어 박근혜계의 '파괴'를 시도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로선 '방어권' 확보 차원에서 수단과 방법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 이런 경우는 말 그대로 가정에 머물고 있다. 정몽준 대표가 그러지 않았는가. "당내 누구든지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고, "당 대표라고 해서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하면 지나친 말씀"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 말을 풀이하면 '왜 말도 못하게 하느냐'는 푸념이다.
아직까지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계의 상투를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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