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정계 은퇴 이후 3년 3개월 만에 언론의 공식 인터뷰에 응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나는 이미 정치를 떠난 사람"이라며 "정당 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현실정치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완전히 오불관언하며 조용히 지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국가가 필요한 일이라면 몸을 던져 일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좌파 세력의 정권 재창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앞으로 강연은 가끔 다닐 것"이라며 외곽활동 재개를 시사했다.
***"노무현 정권은 계급투쟁 부추기는 좌파정권"**
20일 발매된 〈월간조선〉 4월호는 40페이지에 걸쳐 이 전 총재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5시간 동안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는 현 정권에 대해 "함께 선거를 치른 입장에서 비판이나 비난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남아 있다"면서도 "노무현 정권은 대한민국 체제의 이념과 정체성을 헐뜯고 있는 좌파 정권"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이 전 총재는 "현 정부가 교육에 있어서는 극도의 하향평준화, 과거사 청산에 있어서는 좌편향 된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하려고 든다"며 "정부가 잘못해서 양극화 격차가 벌어지는데 양극화로 피해를 입는 다수를 동원, 다음 대선에서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양극화 논쟁은 강자와 약자 사이에 일종의 계급투쟁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국민을 갈등과 증오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격렬히 비판하며 "인권문제를 북한의 지원과 연계시켜야만 북한 체제의 개방과 변화를 통해 통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원과 협력에 자유화나 인권문제와 같은 체제의 개방을 연계시켜 요구하는 것이 통일을 지향하는 길"이라며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노무현 정부가 딱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전 총재는 현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점, 자유주의 정책인 한미 FTA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점 등을 거론하며 "국민이 갈피를 잡기 힘든 뒤죽박죽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선에서 비좌파 연합 공동전선 펼쳐야…뉴라이트는 외곽부대로"**
이 전 총재는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도 한나라당을 향해선 만만치 않은 '훈수'를 늘어놓았다.
그는 한나라당의 수도권 지방선거 공천에 대해 "지금 거론되는 후보가 마땅치 않으니까 전략적으로 제3의 후보를 영입해 경선 없이 공천하자는 것은 곤란한다"며 "개방하더라도 경선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당내 후보들에게 힘을 실었다.
이 전 총재는 "2007년 대선은 '좌파세력 대 비좌파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다음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비좌파 세력들과 연합하는 공동전선을 펴서 좌파 세력의 정권 재창출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거론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은 모두 귀중한 자산"이라며 "당내 경선에서 서로를 상하게 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전 총재는 '뉴라이트'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뉴라이트는 많은 부분에서 국민의 여망을 받고 있고 젊은 세대들을 깨우치는 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뉴라이트 자신이 스스로 정치세력화하거나 정당 일부가 되는 대신 비좌파세력 연대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외곽 지원부대 역할을 부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