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오후 세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시카고'의 프레스시연회가 진행됐다. 폭발적인 가창력의 인순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배우 최정원, 어느새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성장한 옥주현, 그리고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 1세대 남경주까지 일단 그 캐스팅부터가 만만치 않다.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1막의 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한 그들은 무대를 내려가서도 쉴 틈이 없었다. 기다리는 건 줄줄이 잡혀있는 인터뷰 일정이요, 밥을 먹을 시간도 부족했다.
몇 분을 기다린 후에야 배우 남경주를 만날 수 있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예상대로 깔끔하게 진행됐다. 한 줄짜리 질문을 던지면 열 마디가 되어 돌아온다. 25년이란 세월동안 배우로서,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서 작품을 하고 매스컴을 탔으니 이런 인터뷰쯤은 이젠 눈 감고도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대답은 다름 아닌 '사람'이란 단어와 '진심'이란 단어였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진심이 보이는가, 안보이는가가 중요하죠. 무대 위에서 진심이 보일 수 있도록 몰입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고백이었다. 또한 "함께하는 최정원씨, 인순이 선배님, 옥주현씨 모두 너무나 괜찮은 배우이고 가수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너무나도 괜찮은 사람들이에요. 사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게 스토리도 참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하는지도 매우 중요하잖아요? 사람이 보고 싶어야 작품을 보러 가는 거지 그 작품 자체를 본다는 건 사실 극장에 와서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괜찮은 사람'이란 건 어떤 의미일까. 배우 최정원과는 뮤지컬 '소리도둑' '아이러브유' 등 워낙 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콤비라 불렀다. "최정원씨는 워낙 무대 위에서 열정적이고 또한 삶에 있어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언제나 제가 좋아하는 동생입니다. 다시 함께 무대에 서게 돼 기쁘고 즐겁게 임하고 있습니다." 가수 출신으로 최근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옥주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처음 가수에서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우려도 있었어요.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건 아닌가 해서요. 사실 그것도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재작년 함께 '시카고'를 작업하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뛰어든 건 아니었구나, 자기가 이런 용기를 낼 만큼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시작하게 된 거구나라는 생각을 공연을 통해 알게 됐죠. 그 후로 지금까지 쭉- 성장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앞으로도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성장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 보여 즐겁고 흐뭇하죠." 극 중 옥주현과는 각각 변호사와 여죄수로 등장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정원과 더블캐스팅된 국민가수 인순이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근면성, 열정, 재능, 포용력 등 겪어보면 겪어볼수록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고.
뮤지컬 '시카고'는 뮤지컬계의 전설적인 이름 밥 파시(Bob Fosse)에 의해 만들어졌다. 안짱다리로 발을 바깥쪽으로 턴 아웃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던 그는 오히려 그 결점을 이용하여 크고 시원시원한 동작보다는 꾸부정하면서도 소소한 근육들의 움직임을 시각화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 분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관객들에게 친절히 관전 포인트까지 짚어주는 센스! 직접 눈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오는 2월 2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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