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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물'을 연기하다, 연극 '호야(好夜)'의 조한철 ‧ 전미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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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물'을 연기하다, 연극 '호야(好夜)'의 조한철 ‧ 전미도 배우

연극 '호야(好夜)'의 조한철 ‧ 전미도 배우,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

▲ ⓒ프레시안

"다들 정말 열심히 해요. 호야 팀을 만나고 '이렇게 하는 팀이 아직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번은 '십분만 쉽시다' 했는데 아무도 안 쉬는 거예요. 중전은 기둥 뒤에서 혼자 울고 있고, 귀인하고 한자겸은 대사하고 있고… 그런데 이런 게 너무 행복하고 벅찰 때가 많더라구요. '이런 거 하고 싶어서 연극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하고 반성도 하게 되고. 잊고 있었던 초심을 되살려주는 것 같아서 참 행복해요."

추운 날씨를 실감케 하는 두툼한 점퍼 차림에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남산예술센터를 찾은 조한철 배우. 중저음의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다. 30분간의 쇼케이스를 위해 한 달 내내 비지땀을 흘려가며 연습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는 그러나 일말의 고단함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연습 끝나고 아침에 일어날 때 안 힘든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아침에 연습 가는 게 굉장히 즐겁더라구요. 와서 안 될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는데, 연습 오는 게 두렵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참 신기했어요."

나이를 잊게 하는 앳된 외모의 전미도 배우는 초롱초롱한 눈방울을 반짝이며 이내 말을 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는 '뭐지? 괴물들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나고 나서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짐을 챙기는데 아무도 안 가는 거예요. 그런데 어제 저를 보고 놀랐어요. 저 역시 끝나고 나서도 연습을 하고 있더라구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도 달라졌구요. 작품이 그동안의 제 생각들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죠."

▲ ⓒ프레시안
연습에 대한 고초를 털어놓으면서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던 두 배우. 하지만 연습량도 연습량이거니와 시대극인 만큼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왕이라는 지위로 인해 항상 목숨의 위협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 귀인 어씨(전미도 분)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구요. 그래서 왕은 두 커플(귀인 어씨와 한자겸)을 계속 괴롭히고 힘들게 해요. 난폭하고 폭력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연산을 닮았어요. 그런데 적통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선조의 이미지도 갖고 있죠. 폭군이지만 자기 위치에 불안해하고 유약한 두 양면성이 섞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공연에서는 '귀인 어씨와 한자겸을 어떻게 더 힘들게 할 것인가'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왕 개인의 인간미나 사랑에 대한 갈증 같은 개인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 ⓒ프레시안
"지금은 누구를 좋아하는데 큰 제약 없지만 이 시대에는 눈빛만 잘못 마주쳐도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일단 느껴보려고 노력했어요. '사랑 때문에 억압받는다는 기분이 어떤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게 어떤 걸까' 그런 것을 많이 고민했죠. 자겸과 만날 때가 참 답답해요.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 되니까. 애틋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대사에 나와 있진 않거든요. 그냥 던지는 말 한 마디라도 애정이 묻어나는 말을 해야 하니까 그게 참 어렵더라구요." 조근조근 자신의 생각을 말하던 전미도 배우는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순간에서도 호불호가 확실한 귀인 어씨의 모습은 자신과도 닮았다며 시원스레 웃었다. "왕한테 대놓고 '전하 남자로서 참 가엽다. 내가 사람 사랑하는 게 무슨 죄나'라는 대사를 보고는 그 시대에 그렇게 자기 목숨 내놓고 얘기할 수 없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사보면 귀인 어씨 말이 구구절절 다 옳아요. 저도 '틀린 건 틀린 거다'라고 분명히 말하는 성격이지만 귀인 어씨처럼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우유부단한거요." 왕과 닮은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조한철 배우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왕은 실질적으로 뭔가 하고 있는 게 없어요. 왕 뒤에 숨어있는 대비가 조종하는 데로 흘러가는 측면이 많죠. 저 역시 굉장히 귀가 얇구요, 흘러가는 대로 사는 편이예요. 기본적으로 전 식사 때마다 먹고 싶은 게 별로 없어요. 누가 '뭐 먹자!'고 했으면 좋겠고, 꼭 하고 싶은 것도 없구요. 어떻게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되게 편할 수도 있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하는 조한철 배우에게서는 영영 나이를 먹지 않을 것만 같은 해맑은 소년의 모습이 겹쳐졌다.

▲ ⓒ프레시안

지문과 해설을 읽어준다는 형식 또한 배우들에게는 낯선 체험일 터. 부담감이 남다를 듯했다. "저희 작품은 1초에 한 번씩 큐가 있어요. 제가(왕이) 시선만 돌려도 매번 그 큐에 맞춰서 다들 뭔가 해야해요. 각자 지문도 읽어야 하고.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배우에게 방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굉장히 도움 되는 지점들이 있더라구요. 정해진 규칙이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굉장히 안정감을 갖고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를테면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어요. 정서가 집중이 안 돼 힘들 때가 있는데 지문하면서 그 정서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소설은 모든 정황을 설명해주지만 연극은 한 마디 대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연기할 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궁금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작품에서는 그것을 다 드러내니깐 아무래도 새로운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귀인 어씨의 경우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지문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지문에 '마음이 머문 듯 발걸음이 멈춘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런 표현을 통해 '마음이 가면 안 되는데 마음이 가고 있구나' 라고 간접적으로 마음을 드러낼 수 있거든요. 처음엔 낯설었는데 금방 (형식에) 적응되더라구요. 관객분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명확하게 작품을 알고 가는 장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된 연습과 새로운 형식에도 불구하고 힘든 내색조차 비치지 않았던 이 두 배우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진지하게 혹은 소탈하게 인터뷰에 임했던 조한철 ‧ 전미도 배우는 공연을 앞두고 숨겨진 속내를 조심스레 비췄다. "연극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나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연극성을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사랑하고 있으시거나 사랑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도요. 아마 많이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제 생각을 바꿔놓을 정도로 대사가 전하는 메시지가 강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배우들에게 에너지도 받으시고 한번쯤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많은 분들이 이 얘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매서운 바람에 따뜻한 미소로 배웅하던 조한철 배우와 전미도 배우의 얼굴에서는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눈의 강렬한 빛만큼이나 강하고도 뜨거운 열정이 전해져왔다. 연이은 쇼케이스의 일정에도 밝은 모습으로 발길을 돌리는 그들 뒤로 행복한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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