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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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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운다"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백호의 해, 심판의 해

2010년은 백호의 해이다. 호랑이를 상징하는 '금'은 가을의 기운을 상징한다. 가을은 잎이 떨어지며 열매를 맺고 추수하는 계절이다. 잎이 떨어지고, 겉은 건조하지만 안은 충실해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나무는 자신의 생명에 지장이 없는 나뭇잎을 제물로 바치며 자신의 생명력을 내부로 갈무리한다.

오행에서는 이런 의미를 담아 '심평'한다고 말한다. 공평하게 심판하여 죽을 것은 죽고 살 것은 살게 하는 '심판의 계절'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면, 백호의 해는 자신의 욕심을 버려야 하는 한해이다. 옛 말에 백호가 나타나면 권력자는 몸을 낮추고, 부자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이렇게 말한 것도 바로 이런 뜻을 담고 있다.

금기가 겹쳐서 강해지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금은 오장육부 중 폐를 뜻한다. <난경>은 이렇게 말한다.

"폐가 지나치게 수렴하여 차가워지면 기가 순환하기 힘들다. 폐가 병들면 기운이 가라앉기 쉬우며 항상 비관하고 푸념을 늘어놓고 아이들은 훌쩍인다. 폐기의 순환이 어려워지면서 신체가 차가워져 콧물이 잘 나온다. 이럴 때는 매운 맛이 나는 것을 먹어 신체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폐는 기백이 있는 기관이다. 하고자 하는 의지를 굳세게 하고 좀 더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기의 순환이 좋아진다."

한의학에서는 간간이 호랑이를 약물로 사용하였다. 전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앞다리뼈를 약재로 썼다. 그중에도 수컷의 앞다리뼈를 귀하게 여겼는데 호랑이의 힘이 그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주로 관절질환에 많이 이용되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포획량이 적어서 암시장에서 표범의 뼈나 곰의 뼈가 대용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앞다리뼈 외에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은 호랑이의 눈이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호랑이의 눈은 좌우의 기능이 다르다. 한쪽은 광채를 발하고 한쪽은 물체를 구별한다. 약효는 무엇일까? 신경을 진정시켜 소아의 간질이나 정신이상을 치료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기록된 내용이다. 자신이 잡지 않은 것은 모두 가짜라는 것. 이수광의 <지봉유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호랑이가 영험한 자연 치유 능력이 있다. 호랑히는 독화살을 맞았을 때 푸른 진흙을 찾아 먹고 독을 푼다."

호랑이는 서울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영물이다. 관악산 옆 삼성산에 있는 호압사라는 절은 이것을 잘 보여준다. 서울이 수도로 등장한 것은 조선왕조 때부터다. 태조 이성계는 궁궐을 짓기 위해 박차를 가했는데 자꾸만 호랑이 같은 괴수가 나타나 궁전이 무너지는 불운을 겪었다.

서울을 포기하고자 할 때 한 늙은 사람이 와서 호랑이 꼬리를 누르면 된다고 가르쳐 주었는데 그곳이 바로 호압사 자리다. 이 점은 서울이 호랑이의 기운을 타고 나서 호랑이 기운을 누르고서야 정착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그외에 인왕산 호랑이나 태종 때 궁궐 속 근정전에 호랑이가 나타난 무수한 사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서울의 상징은 호랑이가 아닌 해태가 되었다. 해태의 등장은 서울 관악산의 화기를 눌러야 한다는 풍수설에 기인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박제형의 <조선근세정감>에 잘 나와 있다.

"대원군이 풍수설을 믿어 궁궐이 화재가 자주 나는 것은 관악산이 화기를 띠기 때문으로 믿었다. 이에 수성의 신수인 해태를 설치하여 불을 막고자 하였다."

그러나 해태는 중국의 순 황제 때 법관인 고도가 만든 법의 상징일 뿐이다. 실제로 서울의 상징은 호랑이가 되어야 마땅하다. 호랑이해, 서울에서 호랑이가 운다.

ⓒ프레시안(그림=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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