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외치며 등장'→'대세론에 안주'→'수구보수화'.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한나라당 대표주자들은 예외 없이 이런 3단계 몰락 과정을 밟아 왔다"며 "이회창, 최병렬, 박근혜 대표까지 다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대세론 안주는 한나라당 대선 필패의 법칙"**
한나라당 새정치수요모임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17일 공동으로 주최한 '한나라당의 진로' 세미나는 '쓴소리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당 외부 인사로 발제를 맡은 한양대 나성린 교수, 국민대 김형준 교수,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물론이고 토론자로 나선 심재철, 김기현 의원이나 발전연 회원 자격으로 참석한 이재오 원내대표까지 당에 대한 고언을 쏟아냈다.
특히 김형준 교수는 "지난 2차례 대선을 연패로 이끈 것은 대세론이었다"며 "대세론은 한나라당 대선필패의 법칙"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개혁과 변화였는데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가 개혁과 변화의 '대상'이 돼버렸다"며 "당시 보수언론은 보수가 우리사회의 대세라고 했지만 새로운 변화를 내세운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가지는 지방선거나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길 것이지만 대선은 다르다"며 "지난 2004년 총선은 탄핵으로 인해 '중간평가'가 아닌 대선과 비슷한 성격을 가졌는데 결과가 어땠었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지금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40%를 넘나든다고 대세론을 또 주장하는 것은 허황된 이야기"라며 "한나라당의 경우 절대지지층은 19%에 불과하지만 절대혐오층은 29.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 국민들의 중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중도는 보수 안정이 아니라 개혁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 사이에서 현 정권의 개혁에 대한 비판이 높지만 그것은 개혁의 방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중도 세력은 개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개혁을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여준 "한나라당은 전략이 있나?" **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당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 심리적 제약을 받아 언론자유를 발휘하지 못하고 말을 에둘러 사용했다"라고 입을 열었지만 전혀 에두르지 않고 쓴 소리 대열에 합류했다.
윤 전 소장은 "저 쪽(현 정부)에서 사회 양극화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 20대 80의 사회에서 80을 모아 20을 누르려는 폭발력 있는 선거 구도를 짜는 게 보인다"면서 "그런데 한나라당은 자꾸 '부자당'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소장은 "과거 전국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앞으로 소외계층도 위하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더니 사람들이 '소외계층을 위한다니 진보정당 하겠다는 말이냐. 그러면 우리는 탈당한다'고 항의하더라"면서 "소외계층을 위하지 않는 야당이 전 세계 어디에 있나 싶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윤 전 소장은 "여전히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민족 문제나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전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윤 전 소장은 "얼마 전에 당의 몇몇 인사들이 DJ 방북을 격렬히 비판했했는데, 바로 그 직후에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연합공천 제안 이야기가 나오더라"며 "민주당이 그걸 받아들일 리도 없지만 호남 민심을 잡겠다면서 이런 앞뒤가 안 맞는 일을 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재오 원내대표 "지금도 이상한 내부보고 들어온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대강대강 돈으로 어떻게 하는 그런 정당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지금도 (지방선거 관련) 내부 보고를 보면 그런 소식이 여전히 들어온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지금 지적된 문제들이 처음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니고 우리가 15대 때 국회에 들어와서부터 계속 이야기 했던 것"이라며 "그 때는 '저거 이상한 사람들이다' 하고 별난 사람 취급을 하다가 입장이 바뀌니까 이제 무슨 새로운 이야기인 양 듣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지방선거는 군수 몇 석 얻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하는, 국민들에게 가능성을 보여 주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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