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성수 씨 부인 권명숙 씨, 고 한대성 씨 부인 신숙자 씨, 고 이상림 씨 부인 전재숙 씨 등은 시신이 장례식장 밖으로 나오자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오열했다. 고 이상림 씨 아들인 이충연 씨는 시종 굳은 얼굴로 고인의 영정을 쳐다만 보았다.
▲ 오열하는 유가족들. ⓒ프레시안 |
"막상 고인 묻으려니 가슴에 회한이 밀려온다"
오후 12시께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도 이충연 씨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용산 참사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을 받은 그는 아버지 상을 치르고자 잠시 나왔다. 그는 이날 밤 12시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이충연 씨를 지켜보는 어머니 전재숙 씨의 마음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전 씨는 영결식에서 "용산 참사 협상 타결 소식에 뻥 뚫린 가슴이 조금 채워졌다"면서도 "막상 고인을 묻으려 하니 가슴에 회한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전 씨는 "우리 막내 충연이가 상을 치르기 위해 나와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며 "아버지를 묻고 나면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야 하는 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전재숙 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고 이한열 씨 어머니 배은심 씨였다. 배은심 씨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며 "20년 전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배 씨는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보금자리로 돌아갈 때 어떻게 적응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고 이상림 씨의 영정을 들고 나오는 맏아들. ⓒ프레시안 |
용산 참사 문제. 장례는 치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구속자 석방' 등이 그것.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이었던 이충연 씨가 장례식 내내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이충연 씨는 구치소에 있는 동안에도 시종 바깥일에 관심을 가졌다. 매일 면회를 가는 부인 정영신 씨는 그날 신문을 남편에게 전해주는 게 일이다. 이 씨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명박 정부는 열사들을 폭도로 몰았다"며 "그러니 열사들이 땅에 묻혀도 잠이 올 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백 소장은 "용산의 노여움은 이명박 정권의 학살"이라며 "거기에는 나라 권력을 사용화한 범죄까지 더한 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실 상임장례위원장은 "고인이 편히 잠들기를 기원한다"며 "비록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재개발 정책이 사라지지 않았고, 감옥에 있는 동지들이 눈에 밟히겠지만 부디 편히 떠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인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진실을 밝혀,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차가운 감방에 갇힌 내 아들, 우리 동료들이 하루빨리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고인의 운구 행렬은 오후 5시 현재 용산 참사 현장에서 노제를 지낸 뒤,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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