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앞으로 PEF에 어떤 곳이 투자자로 참여할지, 향후 재매각 시 경영권은 어떻게 배분할지 등을 미리 뚜렷이 밝히고 배분해야 잡음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새 경영자 논란 벌써부터…
일단 대우건설의 미래 윤곽은 잡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을 결정한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한 달 안에 PEF를 조성해 금호그룹(33%)과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39%)한 대우건설 지분 72% 중 50%+1주를 주당 1만8000원 전후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로써 대우건설은 3년 6개월 만에 다시 산은이 지배하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산은이 조성할 PEF에 몇몇 국내 대기업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새롭게 경영권 자격 논란이 드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신년하례회에서 "(PEF 참여를 위해) 몇몇 SI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회사도 있고 외국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으나 일부 언론은 포스코와 동국제강을 거론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스코는 특히 최근들어 롯데와 함께 인수합병(M&A) 시장에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현금성 자산만 5조8000억 원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그룹 측에서도 올해는 작년과 달리 적극적인 M&A를 시도할 방침임을 시사한 바 있다. 포스코는 이미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3~4년 전부터 거론이 되던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포스코를 다시금 새 주인으로 꼽고 있다. 전승훈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포스코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려는 의지는 분명 있다. 철강 수요처 산업은 인수 시너지 효과가 분명 있다"며 "만약 산은에서 SI 참여요청을 공식적으로 한다면 진지하게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 역시 건설업 참여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새 경영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쌍용건설 인수전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실사 후 인수의사를 접고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입찰보증금 231억 원을 돌려달라는 반환 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동국제강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사돈 지간이라는 점도 언론에서 대우건설의 새 주인격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형 박정구 전 회장(작고)의 둘째딸 은경 씨는 장경호 동국제강그룹 창업주의 6남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차남인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와 결혼했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대우건설을 경영하게 되면 금호 역시 2대 주주 자격으로 대우건설 경영권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거론될 지경이다.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의 동거는 실패로 끝난다. 앞으로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의 동거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뉴시스 |
대우건설 노조 '격분'
두 기업은 언론보도를 정면 부인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뭐라 말할 것도 없다.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했다. 동국제강 측은 "산은에서 인수를 제안하면 검토해볼 것"이라는 정도의 입장만 보인 상태다.
정작 당사자이면서도 이번 인수전에서 소외되는 형국인 대우건설 노조는 이처럼 특정 기업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6일 대우건설 노조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포스코는 이미 포스코건설 상장 방침을 밝혔고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사례에서 보듯 대우건설을 인수할 능력이 없다. 산은이 왜 SI 개념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애매한 입장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산은을 정면 비판했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일부 언론은 산은이 '5000억 원 정도로 PEF에 참여하면 향후 대우건설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고까지 보도했다. 이는 결국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기업이 앞으로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된다는 뜻"이라며 "극히 적은 지분으로 대우건설 경영권을 넘긴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산은이 좀 더 명확한 태도를 보이라"고 다그쳤다.
대우건설 예상 인수가액을 2조5000억 원 정도로 가정할 경우, 5000억 원은 대우건설 전체지분의 약 10% 정도다.
PEF 참여 조건, 인수 조건 명확히 밝혀야
언론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추정 보도로 내달림에 따라 발생하는 잡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현실적으로 산은이 언론에서 나오는 것처럼 무리하게 대우건설 경영권을 매각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산업은행은 이미 여러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참여한 곳이다. '경영능력이 없어서 SI들에게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는 의견은 지나치다"며 "대우건설 새주인 찾기는 결국 처음 거론되던 대로 시간에 맡겨야 한다. 금호그룹 아래에 있으면서 훼손된 기업가치를 복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산은 PEF팀이 터무니없는 PEF 구조를 짤 팀은 아니다. 특혜시비가 일어나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동부메탈 인수 당시도 바이백(buy-back, 매도자가 나중에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 조항이 시끄러워지자 결국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나"고 했다. 지난해 동부그룹은 산은 PEF에 바이백 조항으로 동부메탈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논란을 재우기 위해서라도 보다 투명한 PEF 참여구도를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산은PEF가 추후 대우건설을 재매각할 때까지 PEF 참여자들이 떠안게 될 위험과 향후 발생할 이익, 경영권 프리미엄 등의 값을 정확히 매겨야 한다"며 "이를 위해 PEF 참여자 구도를 투명하게 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