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피의사실 공표죄 위반 혐의로 민주당에 의해 고발된 '노무현 수사팀'을 불기소 처분했단다.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술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주택 구매 사실 등을 브리핑 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죄가 안 됨'으로 결론 내렸단다. 위법성 조각사유, 즉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고 봤단다. '동아일보'가 "확인했다"며 이렇게 전한다.<기사보기>
듣는 이를 어이없게 만드는 대목이 바로 이것, 위법성 조각사유다. 통상적으로 명예훼손 피의자-피고인 등에게 적용되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검찰에게, 그것도 다른 죄가 아닌 피의사실 공표죄에 갖다 붙인 게 기가 차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의사실 공표죄와 위법성 조각사유는 아무 연관이 없다. 갖다 붙이려야 붙일 수가 없는 얼음과 숯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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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범죄수사는 모두가 공공행위다. 공공의 안녕 보장, 즉 공익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수사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피의사실 공표도 모두 공익 목적 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피의사실 또한 그렇다. 검찰이 범죄수사를 벌여 내린 결론인 피의사실 또한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기소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명약관화하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원천적으로 위법성 조각사유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규정하고 있다. 형법 126조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310조에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을 두면서도 따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연유가 뭐겠는가.
피의사실 공표는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법성 조각사유를 내세워 피의사실을 마구 공표하면 사법 대립 당사자에게 대등한 공격-방어의 수단과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당사자 대등주의'가 깨진다고 보기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죄를 따로 규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 평범하고도 상식적인 원리를 무시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알 법한 원리를 무시한 채 제 식구에게 분칠을 해줬다. 분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피의사실 공표죄에 아예 대못질을 해버렸다.
2탄이다. 검찰의 이런 법 적용은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 논리의 후속편이다. 입법 절차는 위법하나 입법 효력은 유효하다는 헌재의 결정이나, 피의사실은 공표했으나 피의사실 공표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검찰의 결론이나 법상식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기에 이란성 쌍둥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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