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이날 국무회의 브리핑을 통해 "기존의 비밀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컨셉을 중심으로 비밀을 규정했는데 그것을 조금 더 확대해서 통상, 과학 내지는 과학기술 등 국가 이익도 비밀을 형성하는 개념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은 입법 취지에 대해 "현재 비밀의 개념은 국방·외교 등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에 한정되어 있고 그 범주가 분명하지 않아 공공기관이 비밀을 자의적으로 지정할 우려가 있다"며 "비밀의 범위를 통상·과학·기술개발 등 국가이익과 관련된 사항까지 확대하고, 비밀의 범주를 전시(戰時)계획, 안보정책, 통일·외교, 국방, 과학·기술 등으로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앞으로 국가의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국가이익에 관련된 사항도 비밀로 보호할 수 있게 되고, 비밀의 범주를 명확히 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자의적인 비밀 지정을 방지하여 체계적인 비밀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처벌 조항도 신설, 확대된다. 국가정보원은 "현행 형법 및 군사기밀보호의 처벌규정을 군사기밀 등이 아닌 국가비밀을 탐지·수집하거나 누설한 경우에 적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실효성 있는 비밀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며 "군사기밀 등이 아닌 공공기관의 비밀을 탐지·수집 또는 누설 등을 한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비밀의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경우 통상과 관련한 내용 등이 정부의 입맛에 따라 비밀로 감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한미 FTA, 쇠고기 협상 등 민감한 통상 문제로 진통을 겪고 난 뒤에 정부가 이같은 법안을 추진하고 나선 대목도 향후 다른 나라들과의 FTA 등 통상 현안에 자물쇠를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소지를 살만하다.
구체적인 법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통상과 관련한 자료가 비밀로 지정되면 실질적으로 국회의 정보 제공 요구 등이 제한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국정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행 관련 법안보다는 (비밀의 보호를) 더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는 안보에 해당 된 것이 국익, 통상, 과학 기술 등 7가지 항목으로 확대된 것이고, 이는 통상과 관련된 사안이 국가 안보 관련 비밀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밀 보호'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예를 들어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익과 관련됐다는 판단으로 한미FTA 등 통상협정 관련 문서를 비밀로 제정하면 그 자료에 대한 접근권이 크게 제약된다는 설명이다.
통상 전문가들 "심각한 문제"
이에 대해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통상정보를 앎으로써 통상정책에 국민이 참여하는 통상의 민주화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통상 관련해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관련 정보는 국가안보와 관계되지 않아 비밀이 아니라는 판례가 있는데 이를 위반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것이며, 국민생활과 관련된 통상정보의 투명공개는 국제법 원칙"이라며 "따라서 (이번 법안은) 국내법, 국제법을 거스르는 것으로 입법 제정되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협상 논란 당시 정부 공격수로 활약한 바 있는 최재천 전 의원은 "보안업무 규정을 단순 대통령령에서 상위 법률로 규정한 것 자체는 성과"라면서도 "정보공개법 등의 강화를 통해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넓혀주는 식으로 (정보공개와 비밀보호가) 쌍두마차로 나가야 하는데, 공개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밀을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자 국가주의로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상 절차가 없는 나라고 이미 밀행적으로 통상외교가 이뤄지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는데 달라지겠나"고 혀를 찬 뒤 "문제는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족쇄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 '탐지' 행위도 처벌한다고 되어 있는데 비판적 접근을 위한 탐지 행위 자체까지 처벌한다는 것은 알 권리를 위축시킨다"고 덧붙였다.
통상이나 과학 기술 등을 비밀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국정원 뿐 아니라 유사 정보 기관인 기무사, 정보사, 검찰 등이 기밀 보호를 위해 (통상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자제시킬 제한책도 강화해야 하는데, 보존이나 분류 방안만 있지 정보 유통에 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은 9월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