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인 강정원 KB금융 회장 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31일 긴급 이사회에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외이사들도 동반 사퇴할 것으로 보여 KB금융 경영구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임시 주주총회를 예정대로 내달 7일 강행키로 할 경우 강 내정자의 거취 표명도 늦어질 수 있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강 내정자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열리는 이사회 간담회에 참석해 회장직 내정자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내정자는 전날 거취를 묻는 질문에 "미안하다"고 말해 사퇴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이사회는 간담회에서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의 취소 여부와 강 내정자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임시 주총을 연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면 간담회가 긴급 이사회로 변경되고 이 자리에서 강 내정자는 공식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회장 대행을 맡은 강 내정자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예정에 없던 임원 회의를 열어 거취와 관련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강 내정자는 회의에서 KB금융과 국민은행 임원들에게 한 해 동안 수고했다고 독려하고 간담회에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동요되지 말고 믿고 따라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강 내정자와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 등 사내 이사 2명과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강 내정자가 회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 일부 사외이사들도 동반 사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의 IT 시스템 계약과 관련해 논란이 된 한 사외이사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와 사외이사들의 사퇴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 이후 나온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볼 때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 주총 연기는 불가피하다"며 "주총이 연기된다면 강 회장 내정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이 주총 취소에 반대할 경우 강 내정자의 거취 표명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총이 연기되거나 무산되려면 이사회 구성원 11명의 과반수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주총 연기가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외이사는 "많은 사외이사는 주총 취소에 부정적"이라며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주총을 연기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주총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어 간담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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