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형오 의장에게 욕된 것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형오 의장에게 욕된 것은?

[김종배의 it] 예산안 대치, 김 의장의 선택은?

어떤 게 더 욕된 걸까? 새해 예산안을 직권상정 하는 것과 사상 최초로 준예산 사태를 부르는 것 가운데 어떤 게 더 욕된 걸까? 물어볼 필요가 없다. 후자다. 전자는 '원 오브 뎀'이지만 후자는 '최초'다. 직권상정은 김형오 의장 외에도 수많은 국회의장이 선례를 남겼지만 후자는 누구도 테이프를 끊은 적이 없다. 그래서 전자로 가면 귀 한 번 아프고 말지만 후자로 가면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여야가 연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공동으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김 의장의 '입장'에 대해 국회의장실 관계자가 "정 안 될 경우 직권상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 의장 만이 아니다. 여야도 마찬가지다. 사상 최초의 준예산 사태를 부른 공동정범이란 낙인이 찍히는 점은 차치하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뉴시스

예산안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연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내년 초에라도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준예산 집행 기간을 하루라도 줄여야 한다. 헌데 문제가 있다. 내년으로 넘기면 처리 여지가 더 좁아진다. 어느 한쪽이 대폭 양보하면 '그럼 왜 버텼냐'는 반문이 돌아올 것이고 양쪽이 한 발씩 양보하면 '그럼 왜 싸웠느냐'는 핀잔이 날아올 것이다. 어떤 경우든 덤터기 쓰는 불상사를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분석이 나온다. 직권상정과 강행처리 수순이 개시됐다고, 지금 펼치는 여야 협상은 폭풍을 예고하는 살랑바람이라고 풀이한다. 초재기에 몰린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요청하고, 역사적 오명을 쓰지 않으려는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을 감행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렇게 제야의 종소리와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가 겹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른 시나리오가 하나 있긴 하다. 여야가 막판에 한 발씩 양보해 대타협을 이루는 극적 상황이다. 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 한나라당이 양보를 하려면 청와대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그곳에서는 4대강 사업 고수를 재삼재사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이 양보할 여지도 없다. 그럴 요량이었다면 보의 개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보의 높이와 준설량을 대폭 조정하자는 카드를 꺼내들진 않았을 것이다. 숫자놀음을 하다가 '0'을 몇 개 뺀 후 생색내는 게 퇴로 확보 차원에선 더 용이했을 테니까. 한나라당이 양보하는 건 4대강 사업의 전면 수정을 뜻하는 것이고 민주당이 양보하는 건 4대강 반대투쟁의 전면 폐기를 뜻하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발 걸쳐보자. 양보와 타협이 실현될지 모른다고 가정하자. 그럼 이렇게 정리해야 할 것이다. '사건'이라고….

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던 국정을 포기하는 것을 뜻하거나 민주당이 스스로 내걸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것을 뜻하니까 '사건'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