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은 이날 오후 '예산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장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예산안은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여야가 연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공동으로 책임지고 사퇴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보 등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예산의 효율성과 예산삭감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 28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며 "아울러 대운하 사업 추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국회 결의안 등 여야 공동선언을 통해 정치적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 "대운하 아니라면 '행동'으로 보이라"
그러나 민주당은 김 의장의 '결의안' 제안과 청와대의 '대운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선언'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4대강 사업 중 대운하 전초사업으로 의심 받을 수 있는 보의 개수와 높이, 준설량을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대운하 사업을 할 의사가 없다고 한 것이 진정이라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보의 전체 개수를 16개에서 8개로 줄이고, 5.3m~11.2m인 보의 높이는 3m로 낮추며, 준설량을 2억3000만㎥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보의 건설을 주로 담당하는 수자원공사의 사업비 채권 보전 금융비용 800억 원은 보 설계 등을 변경해 내년 2월에 정부 사업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편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 양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안"이라며 "이 문제를 가장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제안을 정부 여당이 받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김 의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연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주장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4대강 예산 및 수자원공사 예산의 성격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준예산 협박에 동조하는 식으로 야당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 "지방선거용 전략"
"4대강 사업의 본질을 바꾸는 계획 변경은 있을 수 없다"는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제안을 '정략적 공세'로 해석하며 거부하고 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전략은 예산 정국에서 탄압받는 야당의 모습을 극대화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정국에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 사무총장은 "전통 지지층 결집과 민주대연합 구도 속에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포석"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청와대도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음에도 민주당이 대운하 운운하는 것은 논리의 궁핍"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같은 여야의 대립은 27~28일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김형오 의장은 27일 저녁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여야 합의를 촉구할 예정이다. 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2010년도 예산 수정안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어, 28일 이를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강래 "벽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 27일 저녁 국회의장실에서 김형오 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만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회담 도중 의장실에서 나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갔다가 역시나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야기를 하다 벽에 막혀 답답한 심정이 들어 이야기 도중에 박차고 나왔다"고 말하는 등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보의 숫자, 높이, 준설량을 줄여서 내년 2월 추경으로 하자는 협상안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더 이상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고 말해 앞으로의 협상도 타협 가능성이 극히 낮음을 시사했다. 김형오 의장에 대한 불신도 상당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형오 의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인식이 이명박 대통령과 흡사한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2 대 1로 이야기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서 중재를 위한 준비도 노력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김 의장이 하고자 하는 것은 중재가 아니라 중재를 빙자한 강행처리 명분 축적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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