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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등급 공문서 위조…김문수 지사, 책임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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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S→F등급 공문서 위조…김문수 지사, 책임지시오!"

[인터뷰] 김영동 전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평가 근거는 똑같다. 그런데 평가 등급은 최고에서 최하로 바뀌었다. 언뜻 보기에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바로 김영동 전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에 대한 경기도청의 평가 결과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금 연주가인 김영동 전 감독은 2005년 5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을 지냈다. 그런데 그에 대한 평가 기록이 느닷없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월 경기개발연구원의 <기관별 CEO 2008년도 경영 성과 계약 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다섯 분야 모두 최고 등급인 'S'였다. 그런데 지난 5월 경기도청 경영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나온 최종 보고서에서는 이 등급이 전부 'F'로 변경되었다.

김 전 감독은 이를 두고 "한 예술가의 인격을 모독한 행위이며 나아가 국악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지난 16일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다.

"실적 기록은 똑같은데 평가 등급만 최고→최하로 바뀌어"

▲ 김영동 전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프레시안
프레시안 :
평가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나.

김영동 : 지난해 12월 31일 예술감독 임기 계약이 만료돼 퇴임했다. 계약이 만료된 이유가 석연치 않았지만, 재임하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깨끗이 물러났다.

그런데 지난 10월 도립국악단을 위탁 운영하는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나에게 공문을 보냈다. 공공기관 CEO 경영 평가 결과에서 F등급을 받았으니 성과 보상 금액으로 선지급한 1000여만 원을 반환하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나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맺은 경영 성과 계약서에 보면, 실적 평가에 따라 기본 연봉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도록 돼 있다. F등급일 경우 성과 보상이 0%이기 때문에 이미 지급된 성과 보상 금액을 도로 반환하라는 얘기였다.

우선 지난해 내 활동에 대한 평가가 F등급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계약서에 따르면 도립국악단의 실적은 당연히 S등급이었다. 또 2007년, 2008년 같은 경영 평가에서도 모두 S등급을 획득했던 터였다. 그때서야 국악단에 요청해 경기개발연구원의 결과보고서와 최종 보고서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프레시안 : 평가에서 S등급이 F등급으로 바뀌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김영동 : 그것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과 보고서와 최종 보고서를 비교해보면, 다섯 가지 평가 항목에서 근거가 된 도립국악단의 실적은 똑같다.

평가 기준에 따르면 경기도 시·군 순회공연 횟수에서 S등급 기준은 11회 이상이다. 우리는 12회를 했다. 공연 객석 점유율은 73% 이상 달성하면 S등급이다. 우리는 68.5%로 A등급 기준에 부합했다. 공연 만족도 설문 평가에서도 S등급 기준이 80점 이상인데 우리는 82.5점을 받았다.

국악단의 프로그램인 모세혈관문화운동 횟수 역시 28회를 달성해 S등급 기준인 19회를 뛰어넘었다. 이 프로그램의 만족도 평가에서도 95.3점을 받아 80점 이상이면 S등급이라는 기준에 부합했다.

그런데 이 같은 수치가 최종 보고서에도 그대로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평가 의견에도 처음 S등급을 부여한 보고서와 똑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즉 내용은 그대로 베끼고 평가 등급만 달라진 것이다. 공문서 위조, 혹은 변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김영동 전 감독의 경영 성과 계약 평가 결과 보고서. '도립국악단 모세혈관문화운동 횟수' 항목에서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실시한 평가 보고서(왼쪽)에는 S등급으로 표기된 반면, 세 달이 지난 뒤 발행된 최종 보고서(오른쪽)에는 F등급이라고 되어 있다. 두 문서에 나와 있는 실적치와 평가 내용은 똑같다. ⓒ프레시안

"'마음 떠난 것 같다'…영문 모르고 해임"

프레시안 : F등급을 부여한 이유는 보고서에 전혀 설명되어 있지 않나.

김영동 : 최종 보고서에 추가된 내용이 하나 있다. 평가 결과 종합란에 보면 'CEO의 부정 및 비리 등이 도민들에게 인지되거나 언론 등에 의해 보도된 경우 F등급을 부여한다'는 평가 기준이 나와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나에 대한 평가로 △리더십 부재 밎 단체에 대한 열정 부족 △단원 자존심 훼손 언사 행사 △변함없는 곡 선정 및 프로그램 구성 △단체 개인 발표회 격려 사례비 수수 △무단 결근이라고 적혀 있다. 즉 이것이 나에게 F등급을 부여한 이유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밝혀 달라며 10~11월에 걸쳐 경기도청 재정담당관과 문화의전당 사장, 김문수 지사 앞으로 이의 제기서와 시정 조치 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외부기관을 통해 객관적 평가가 이뤄졌다는 통보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근거도, 답변도 없었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평가를 했으니 당연히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 아닌가. 이것 역시 명백한 허위 사실 날조이자 공문서 위조다.

프레시안 : 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김 전 감독의 근거는 무엇인가.

김영동 : 우선 '곡 선정과 프로그램이 변함없다'는 내용은 지난해 열린 공연 자료만 봐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의 내용은 정말 근거를 댈 수도 없는 것들이다. 언론에서 나의 부정과 비리가 보도됐다?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

사실 이런 내용을 처음 본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초, 아직 예술감독 일을 하고 있을 때 문화의전당 관계자가 나에 대한 익명으로 된 투서가 왔다며 가져왔다. 읽어보니 내가 무단 결근을 했다는 등 증명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국악단 간부 단원들과 같이 돌려 읽으면서 웃고 넘겼다.

그런데 이 익명의 투서를 김문수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12월 31일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김 지사에게 아무 연락이 없었고, 계약은 연장되지 않은 채 나는 감독직에서 해임됐다.

지난 1월 5일 김문수 지사를 직접 만나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김영동 감독이) 경기도에서 마음이 떠난 것 같다'는 대답 뿐이었다.

▲ 김영동 전 감독이 제시한 2008년도 경기도립국악단 프로그램 팜플렛. 그는 '곡 선정과 프로그램이 변함없다'는 평가 내용은 공연 자료만 봐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공문서 사후 조작으로 명예 훼손…예술인으로서 자괴감 느껴"

프레시안 : 경기도청이 김 전 감독에 대한 평가 결과를 S등급을 F등급으로 바꿔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영동 : 김문수 지사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S등급을 받을 경우 당연히 연임이 보장되는 반면 F등급일 경우 강제 해임된다.

지난해 말 연임되지 않았을 당시에도 석연치 않았지만 임명권자인 김문수 지사의 권한을 존중하는 의미로, 또 S등급의 성과를 냈기에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반발하는 단원들까지 내가 설득해서 승복하도록 했다.

그러나 결국 경기도청 경영평가위원회가 계약에 따른 조항에 위배되는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평가 결과를 F등급으로 사후 조작한 것이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투서 외에 김 감독을 해임할 이유가 있었다고 보나.

김영동 : 경기도청은 지속적으로 예술단체 법인화를 추진했다. 나는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 그 전에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를 할 때도 법인화를 반대하다 임기를 마치고 그만뒀다.

경기도는 예술단체가 네 개밖에 안 되어서 도에서 관리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나는 만약 법인화를 한다고 해도 단원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공청회도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내가 떠난 뒤인 지난 11월 도립국악단에 대한 법인화가 이뤄졌다.

▲ "결국 이번 평가는 나에 대한 해임을 정당화 하기 위한 공문서 조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동 : 결국 이번 평가는 나에 대한 해임을 정당화 하기 위한 공문서 조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평가를 제대로 했으면 연임이 됐어야 하고 또 성과급을 줘야 한다.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다. 더 나아가 공문서 위조와 명예 훼손으로 법적 대응할 생각도 하고 있다.

김문수 지사에게 충고하고 싶다. 도청에서 하는 일을 이렇게 불합리하게 하면 경기도에 예술 발전이 있겠나. 결국 나와 계약 관계에 있는 김 지사가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 아닌가. 그리고 어떻게 편견을 가지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일 처리를 할 수 있나.

이번 사건은 내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악계에 대한 도전이다. 공신력과 전문성을 갖춰야할 공공 기관이 허위사실을 날조하고 공문서를 위조해 한 예술가의 인격을 모독했다. 이런 사태를 방치할 경우 권력을 가진 이들이 국악계와 예술계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니 대한민국에서 예술인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에 자괴감이 든다. 나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고갈 마음이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김문수 지사는 계약에 명시된 대로 사태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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