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자주 만나다 보면, 어려운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습니까?"(이상수 노동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 조준호 위원장 등 최근 새로 선출된 민주노총 지도부와 만났다. 이들의 대화는 30여 분 간 이어졌지만 현안에 대해서는 인식차이만 드러냈다.
이 장관과 조 위원장 간의 대화는 계속 헛바퀴를 돌았다. 노사정 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막힌 노정 관계의 물꼬를 트려고 하는 이상수 장관과 노정 관계의 정상화에 앞서 비정규직 법안 처리 등 당면 현안의 해결을 요구하는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대화의 쟁점은 역시 비정규직 법안 처리 문제였다. 비정규직 법안 처리의 향배가 노정 관계의 회복 여부, 나아가 사회적 대타협의 성사 여부를 가를 관건이라는 사실이 이 자리에서 재확인된 셈이다. 말문은 이상수 장관이 열었다.
"비정규직 법안, 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두고 가까운 시일 안에 만나 이야기하게 되기를 바란다. (현안문제에 대해) 서로 입장이 다르지만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타협이 될 거라고 믿는다."
이 장관은 2년 전에 중단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해야 한다는 조바심 섞인 요구를 했다. 이 장관은 이달 초 신임 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노동단체와 경제단체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노사정 대화틀 마련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준호 위원장은 이 장관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여당이 좀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한다면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먼저 현안부터 정부가 의지를 갖고 풀어야 한다"
비정규직 법안 등 현안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꿀 때에만 정부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 조 위원장의 생각이다. 조 위원장은 말을 이었다.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서로의 주장을 잘 알고 있지 않나. 정부가 변화된 내용을 가지고 온다면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어떤 내용변화도 없이 한 자리에 앉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괜히 한 자리에 앉았다가 얼굴만 붉히고 끝나면 국민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결국 이상수 장관은 이날 새로 선출된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와 얼굴을 익히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민주노총이 이 장관의 거듭된 대화요청에 확답을 주지 않음에 따라 경색된 노정 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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