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8000억 원 사회공헌기금 헌납과 '정부가 개입해서 삼성 헌납기금에 대한 처리절차를 결정라'는 취지의 노무현 대통령 지시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2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의에 나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은 "(삼성 기금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삼성 살리기 의혹을 낳을뿐더러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건희, 증여세 200억 원부터 내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대통령은 삼성 X파일이 공개되자마자 X파일 도청내용 수사를 가로막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더니, 그 무마용으로 마련된 8000억 원 사회헌납 뒤처리까지 정부가 나서라고 지시했다"고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노 의원은 "여론무마용 사회헌납 발표 이후 대통령이 나서서 기금 조정에 개입하라고 정부에 명령하고, 청와대 관계자가 환영 인터뷰를 하는 것은 알부자의 장단에 춤추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이해찬 총리는 "(삼성 돈을) 받아 가려고 하는 데가 수십 곳이 있고 서로 주장이 맞서면 사회단체, 직능단체 간에 갈등과 충돌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가 지급 범위와 주체를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 총리의 답변에 대해 노 의원은 "일본 종군 위원부로 피해를 입었던 할머니들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돈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가 삼성 돈에 개입하는 것은 자국 정부 책임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일본 민간단체의 종군위안부 배상금을 한국 정부가 받아 피해 할머니들에게 나눠주는 격"이라고 응수했다.
노 의원은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시세차익 이득분 130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사건의 본질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이라며 "삼성이 내놓아야 하는 것은 이재용 남매가 세금 한 푼 안 내고 획득한 삼성그룹의 경영권이며, 부당 취득한 에버랜드 주식"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어 이건희 회장이 발표한 8000억 원의 실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졌다. 노 의원은 "8000억 원에 포함된 '삼성이건희장학재단' 기금 4500억 원은 개인 돈이 아니며 장학기금을 전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재단 이사도 아닌 이건희 회장이 마치 자기 돈인 양 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이 회장의 두 딸의 사회헌납분 500억 원도 이 회장이 대납키로 했는데, 이에 대한 증여세 199억 원을 먼저 납부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삼성은 이미 조성된 '삼성이건희장학재단' 4500억 원(이건희 회장 1300억 원, 이재용 상무 1100억 원, 삼성계열사 2100억 원)에 이건희 회장 일가 3500억 원(이재용 상무 800억 원, 두 딸 500억 원, 막내딸 유산 2200억원) 추가 출연분을 합쳐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노 의원은 "40년 전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자 고 이병철 회장이 (주)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시늉을 한 적이 있다"며 2006년 이건희 회장의 사재헌납도 "불법행위를 저지를 때마다 취하는 삼성의 전형적인 여론무마 수법"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8000억 원 헌납 이전에 정부와 삼성 조율?"**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도 사전 배포한 질의자료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사재 헌납에 대해 정황상 면죄부적 성격이 다분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부가 나서서 기금사용에 참여하게 되면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고 삼성 살리기 의혹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어제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기금운용에 대해 실무적으로 알아보는 단계'라고 말했다"며 "정부와 삼성 사이에 사전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삼성의 편법·변칙적인 기업운영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총수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 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한 "수백억 원을 횡령한 두산 일가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두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회출연금과 상관없이 불법·편법·변칙적인 기업운영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재벌들은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든 말든 대대적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고용유연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신자유주의적인 각종 규제의 해제를 요구, 재벌가의 경영권 보호에 급급하며 불법·편법·변칙적인 재산증식과 2세 증여의 반국민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편법·변칙적 재산증여와 탈세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과 법적·제도적인 강력한 제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금융의 불이익, 국책사업 참여 제한 등으로 불이익을 주어서라도 국민적 불신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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