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인터뷰] 발레리노 김현웅, 유쾌함 속 묵직한 진지함을 지닌 무용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인터뷰] 발레리노 김현웅, 유쾌함 속 묵직한 진지함을 지닌 무용수

[人 스테이지] 국립발레단의 발레 '백조의 호수'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 지그프리트 역을 맡은 발레리노 김현웅.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악마와의 치열한 싸움을 표현해야 한다. "왕자, 모든 걸 다 갖고 있는 부자죠. 그러나 그 깊은 곳에는 불행, 공허함이 있어요. 그 공허함을 사랑으로 채우려하는 것 같아요. 고독과 허전함 속에서 백조를 보고 사랑에 빠지죠." 김현웅은 지그프리트 왕자처럼 비극적이면서도 순수한 열정의 사랑에 잘 어울리는 외모를 지녔다. 그럼에도 거리낌 없는 솔직함과 그 못지않은 장난기도 가득하다. "발레 '백조의 호수'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저희 공연은 해피엔딩입니다." 해피엔딩처럼 밝고 긍정적인 무용수 김현웅을 만났다.

▲ ⓒ프레시안

그가 연기하게 될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는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천재적 존재로 묘사한다. 이로 인해 '운명(악마)과 사랑(왕자)'의 치열한 싸움을 그림으로써 우리가 아름답게만 알고 있던 '백조의 호수'를 심리 묘사에 충실한 낭만 소설의 경지에 올려놓았다. 자신의 내면과도 같은 악마 로트바르트와의 갈등과 고뇌를 표현해야 하기에 이번 '백조의 호수'는 어느 버전보다 치열한 긴장감과 깊이 있는 연기력을 요구한다. "악마 로트바르트 역을 정말 해보고 싶어요.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얍삽한 역 잘할 거 같지 않으세요?" 그는 왕자 외에도 악마 역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어쩌면 저도 보여주고 싶은 거죠. 나도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을. 우스갯소리로 악역 한 번 잘못했다가 악역 전문배우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래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요."

▲ ⓒ프레시안
발레 '백조의 호수'는 다양한 버전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김현웅은 어느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가장 좋아할까. "각 버전마다 느낌이 틀려요. 제가 이해하는 부분도 다르고. 어떤 버전은 왕자가 호숫가를 뛰어다니다가 백조의 똥을 밟기도 해요. 정말 현실적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저희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가장 좋아요. 아무래도 애착이 있어서 그렇겠죠?" 그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물었다. "1막에서 솔로로 하는 고독의 춤이 있어요. 그러다 로트바르트가 등장하며 2인무가 돼요. 둘이 같은 안무를 춰요. 한마디로 그가 저를 조정하는 거죠. 그 장면이 멋있어요." 또 백조와 왕자의 첫 만남이라고 했다. "백조와 왕자가 처음 만나는 장면. 호숫가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데 백조와 왕자가 순간적으로 멈칫하다가 백조가 다리를 막 떨어요. 저는 그때 항상 떨리더라고요.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무용수가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장면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2막보다 1막이 더 아름다워서 좋아요. 호숫가에서의 아다지오도, 백조의 눈물을 표현하는 장면도 너무 아름답죠."

▲ ⓒ프레시안

발레리노 김현웅은 얼마 전에 끝난 발레 '왕자호동'에서 왕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다. 이어지는 '백조의 호수'가 끝나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에도 출연한다. 그에게 체력유지는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잘 먹고 잘 자고,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또 발레를 하다보면 안쪽 근육을 많이 사용해요. 바깥쪽 근육을 보충시켜줘야 서포팅이 돼 잡아주거든요. 먹는 것도 관리해요. 살찌니까. 놀고 싶다가도 내일의 연습을 위해 집에서 쉬도록 하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스스로에게 지는 거잖아요." 발레단 입단 전까지는 겨울이면 스키도 즐겨 탔다고 한다. 이제는 혹시나 다칠까봐 스키 등의 운동은 하지 못한다. 썰매라도 타면서 대리만족을 느낄까. "제가 모양 빠지는 건 또 싫어합니다."

▲ ⓒ프레시안
스스로를 절제해가며 연습에 임하는 김현웅. 열심히 연습하는 만큼 공연에 있어서도 다른 무용수들과는 차별되는 자신감이 있을 것 같았다. "저 정말 자랑 못하는데…." 그래도 굳이 찾으라고 하니, "어쩌다보니 이번 무대에 서는 캐스트들 중 남자 무용수들 사이에서는 제가 '백조의 호수'를 가장 많이 했더라고요. 그나마 찾으라면 그게 장점 아닐까요?"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분명 김현웅만의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노력과 경험의 결과일 것. 그는 이제 테크닉보다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순서 맞추기 바빴어요. 지금은 순서가 몸에 익어서 그런지 느낌을 많이 내려고 노력하죠. 할수록 의문점이 더 생겨요. 안무가의 의도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만큼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죠. 예전에는 음악 생각하랴, 순서 생각하랴 정신이 없었어요. 이제는 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이제 며칠 후면 발레 '백조의 호수' 막이 오른다. 공연에 대한 기대를 더하게 만드는 발레리노 김현웅. 유쾌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지닌 아름다운 무용수 그가 마지막 말을 전했다. "너무 많은 캐스트가 있어서 선택하시기가 힘드실 것 같아요. 각자 자신들만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각 커플들만의 매력이 있죠. 많이 찾아주셔서 저희와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