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옳다. 민주당과 친노 세력 등이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는 건 옳다. '팩트'가 아니라 '원칙'에 입각해 보면 옳다.
검찰 스스로 밝힌 적이 있다. '노무현 수사' 파문 뒤끝에 이른바 '수사 공보준칙'이란 걸 만들고 있다며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피의사실은 원칙적으로 기소단계에서 공표하고,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차장검사 또는 대변인의 구두 브리핑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했다.
▲ 한명숙 전 총리. ⓒ프레시안 |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는 이 준칙에 맞지 않는다. 차장 검사나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은 오간 데 없고 익명 소식통의 '비공식 귀띔'만 흘러 다닌다. 관련 보도를 보면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 이외에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돼 있는데도 '흘리기'와 '받아쓰기'가 되풀이 된다.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부풀리는 추악한 정치공작"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갈음하고 나니까 걸린다. 이율배반의 흔적이 눈에 밟힌다.
지난달 18일이었다. 민주당이 특위를 하나 꾸렸다. 이름은 '한나라당 골프장 게이트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골프장 관련 업체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검찰발 보도'가 나온 후 꾸린 조직이었다.
▲ 공성진 최고위원. ⓒ프레시안 |
주목하자. 특위 이름에 '게이트'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혐의를 확신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피의자 범위를 넓히는 단어다.
맞지 않는다.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성토한 민주당(친노 세력은 '공성진 의혹'에 대해 언급한 바 없으니 논외로 하자)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 한명숙 전 총리나 공성진 최고위원 모두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고 피의사실 공표금지 규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한쪽의 혐의에 대해서는 '정치공작'이라고 하고 다른 쪽의 혐의에 대해서는 '게이트'라고 하니 맞지 않는다.
형식논리일지 모른다. 이 같은 지적은 생동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형해화 된 논리일지 모른다.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안으로만 굽는 팔의 원리를 따르는 것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짚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벼른다.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계기로 검찰개혁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고 벼른다. '노무현 서거' 때 제기했다가 흐지부지 된 검찰개혁 문제를 도마 위에 올리겠다고 다짐한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검찰 개혁 목표가 정치적 독립과 수사의 공정성이라면 검찰 개혁 방법 또한 그래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 개혁 주장이 정략이 아닌 정도가 된다.
왜소 야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이 설정한 개혁 과제를 달성하는 데 이처럼 현실적인 방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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