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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가 허리에 차고 다녔던 그것은…"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공진단의 비밀

'공진단(供辰丹)'은 널리 알려진 보약이다. 사실 공진단은 '공신단'으로 읽어야 맞다. 공진단의 처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위역림이 이 약을 황제에게 바쳤기 때문이다. '공신(供辰)'은 뭇별이 북극성을 향한다는 뜻으로, 사방의 백성이 황제의 덕을 칭송하며 복종함을 의미한다.

공진단의 치료 목표는 '수승화강(水升火降)'이다. 이 말의 의미를 알려면, 한의학의 설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자. 비가 와서 우산이 없으면 사람은 비를 피하고자 머리를 가리고 뛴다. 무엇이 머리에 있기에 무의식중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는 것일까? 바로 머리꼭대기에는 백회라는 혈이 있기 때문이다.

백회는 모든 양기(陽氣)가 모이는 곳이다. 비 때문에 백회가 식으면, 결국 몸의 체온이 내려가 감기에 걸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백회의 온기를 보호하고자 손을 머리 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런 설명처럼, 한의학에서는 얼굴과 머리에 인체에서 가장 뜨거운 화가 있다고 전제한다.

반면에 하체는 차갑다. 물이 낮은 곳에 고이듯이 하부에 혈액이 충만해 계속 데워야 할 양기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결국 뜨거운 열기는 위쪽을 향하고 차가운 한기는 아래쪽으로 내려서 불균형 상태가 되는 것이다. 머리는 차갑게 하되 발은 따뜻하게 하라, 이런 건강 격언도 이런 생각에서 나왔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자궁 속 태아의 모습은 가장 이상적이다. 머리가 아래에 있고 다리가 위쪽에 있다 보니, 위에서 기가 내려오고 밑에서 기가 올라가는 상호교류가 일어난다. 사람, 동물이 잠을 잘 때 머리를 내리고 자는 모습은 자궁 속 태아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행동의 한 단면으로 보는 것이 동양의 사유다.

머리의 양기를 아래로 내려주는 데는 사향(musk)이 가장 좋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향은 종교 제례에 쓰였다. 사향의 향기로 가득한 신전에서는 마음이 경건하고 차분해진다. 이런 사향의 사용은 아무래도 사향노루의 삶과 겹친다.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사향지로>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향노루는 늘 혼자 다닌다.

▲ 양귀비. 양귀비가 현종을 유혹하고자 허리에 사향을 차고 다녔다는 얘기가 전한다. ⓒ프레시안
교미를 위해서 1년에 한 번 정도 암수가 만나는 것 외에는 고독한 생활을 즐긴다. 사향노루가 걷는 길은 늘 험한 길이다. 히말라야의 척박한 땅과 바윗길로만 다닌다. 사향노루는 늘 수척하고 깡마르다. 더구나 봄이 되면 사향은 가장 소중한 사향주머니를 스스로 버린다. 이런 사향노루의 모습에서 옛사람은 수도자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나 화로 인하여 머리의 열기를 없애는데 가장 큰 효능이 있다.

사향의 품질도 여러 등급이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 적출한 사향이 유향으로 일등급이며 극히 구하기 힘든 것이다. 두 번째는 제향으로 포획하여 도살 채취한 것이다. 세 번째는 심결향인데 떨어져 죽은 사향노루의 피가 심장에서 비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향기 전체에 영향을 미친 하품이다.

귀한 만큼 위조품도 당연히 많다. <본초강목>은 "대부분이 위조품"이라고 단언하며, 강이에서 산출되는 것이 진품으로 양질의 것이라 하였다. 강이는 중국의 서북 변경 지방으로 지금의 티베트 지역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사향의 주성분인 무스콘 함량을 기준으로 그 진위와 가치를 구분한다.

사향과 관련해서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일화도 종종 회자된다. 양귀비가 허리에 사향을 차고 다녀서 당 현종이 양귀비에게 홀렸다는 것이다. 양귀비가 죽은 후에, 그의 무덤에 도둑이 출몰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도둑들이 무덤을 파헤쳐 사향을 찾았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공진단은 본래 간을 보하는 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보간환으로도 불린다. 위역림은 "기존의 몸(간)을 보하는 약들이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사향처럼 황제만이 구할 수 있는 귀한 약물로 강력한 약효의 공진단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오늘날도 공진단이 최고의 보약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다. 약물은 약물이며 한쪽으로 에너지를 모우고 증폭시킨다. 건강은 균형이다. 약 먹고 건강하기보다는 음식으로 적절하게 돕고 운동하며 인체의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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