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는 우려한다. "여당 내 비공개 행사에서이긴 하지만 야권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걱정한다. <기사보기>
동의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결정 내린 바 있다. '노무현 탄핵 소추'의 첫번째 사유였던 '언론 인터뷰를 통한 열린우리당 선거지원 발언'에 대해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특정 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결정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발언은 그리 심각한 게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말마따나 대통령도 정치인 아닌가. 혼자만 '당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독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읽고 또 읽는다. 또 다른 탄핵, 즉 대통령 탄핵이 아니라 정권 탄핵의 요소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11월 30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있다. ⓒ프레시안 |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엔 대전제가 깔려있다. 후임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가 전임 정부의 그것과 다르면 뒤엎을 수 있다는 대전제다. 한나라당의 가치가 다른 야당의 가치보다 선진화 돼 있다는 대전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논리는 합당한 것일까? 후자는 논외로 하자. 그건 국민이 선거를 통해 결정할 문제이니까 뒤로 물리자. 전자의 경우는 어떨까?
딱히 틀린 논리는 아니다. 국민이 정권을 교체하는 이유가 다른 가치에 입각해 다른 국정을 펴보라는 뜻이니까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국정 혁신을 꾀하는 것은 당위를 넘어 지상명령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서가 따른다. 혁신 또한 합리적 절차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단서다. 이 점에 입각해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 혁신은 정상적인 범주에서 일탈해 있다.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기보다는 가치를 앞세워 감정적 청산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고,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합리적 절차를 밟기보다는 가치를 앞세워 밀어붙이기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법치를 강조하면서 법에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을 내쫓고, 실리외교를 강조하면서 남북정상이 사인한 외교문서를 외면하고, 신뢰를 강조하면서 여야 합의 결과물(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백지화하려는 게 방증사례다.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추가한 말이다.
개헌을 언급했단다.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레임덕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단임제가 더 좋은 거 아니냐. 다시 안 할 것이기 때문에 소신 있게 일을 끝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단다.
방향을 제시해 버린 것이다. 개헌 논의 주체는 국회라고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대통령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 시안이 제시된 걸 뻔히 알면서도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고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연 국회의 합리적인 개헌 논의에 보탬이 될까? 개헌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적잖고 개헌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만연한 상황이기에 꼼꼼히 살필 필요가 없는 발언이지만 아무튼 합리적 절차와는 거리가 먼 사례로는 손색이 없다.
이런 말로 마무리해도 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정권재창출 여부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결정적 변수는 국정운영주체의 일관성이 아니라 국정운영기조의 합리성이다. 이것이 국정 목표인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추진력, 즉 국민 통합 여부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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