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당시에는 두바이를 한국의 롤모델로 강조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본격화된 '두바이 쇼크'에 대해 30일 큰 우려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조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두바이에서 터진 문제가 유럽과 아시아로 옮겨갈 수 있어 불안하다"며 "세계 경제에 불안요소는 여전하다고 그렇게 생각한다"며 "내년 1년은 하반기 가서 봐야 한다. 상반기까지는 위기관리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이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가 긴급회의를 갖고 내린 결론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것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두바이 사태가 단기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고, 특히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MB "내년에도 예산 조기 집행"
이 대통령이 이날 정부의 공식 입장보다 훨씬 강도 높은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일종의 역할 분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 쪽에서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역할을 하고 이 대통령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도록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에 깔린 또 다른 저의는 경기부양을 위한 신속한 재정집행 등 위기대응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 확보에도 있다. 이 대통령은 "작년 연말 국회가 어려운 가운데 예산이 큰 역할을 했고, 지난 1년 비교적 위기 극복에 성과가 있었다"고 재정정책의 효과를 강조하는 동시에 두바이 사태를 언급하면서 '여전한 불안'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때문에 "내년 1월1일부터 예산이 조기 집행될 수 있게, 위기관리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연결돼야 한다"며 "12월10일 부처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해 30일에 끝내고, 위기관리 방식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서민들이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일각에서는 위기를 벗어났으니 출구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거듭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을 밝혔다.
'제2의 두바이' 꿈꾸다 이정표 잃은 새만금?
한편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전북을 방문해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해 본격화된 새만금의 '두바이 마케팅'도 두바이 사태 이후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이던 지난 2007년 3월부터 새만금을 "중동의 두바이나 중국의 푸동처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전북을 방문해서도 "두바이에서 30억불 투자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동안 전라북도 도청 강당 건물에 걸려 있던 '두바이 걸개그림'은 식품클러스터 등을 홍보하는 현수막으로 대체됐고 시내버스에서도 두바이 광고가 사라지고 있다. 두바이 위기설이 나돌던 올해 초부터는 도의 새만금 기획서에서 '두바이'라는 용어가 아예 사라졌다고 한다. 두바이 마케팅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자 도는 재빠르게 그 자리에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를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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