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생방송 된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확연하게 갈렸다. 쟁점인 세종시 논란과 4대강 사업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는 향후의 소용돌이 정국을 예고한 신호탄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야심차게 기획한 '대통령과의 대화'가 정치권에선 오히려 더욱 격화된 갈등을 유발하는 기폭제가 된 격이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여러 가지 국정 현안에 대한 국정 최고책임자의 진솔한 고백을 통해 나라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희망을 국민이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역사적 소명이 대한민국을 선진국 진입의 궤도 위에 올려놓는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자기 고백적 사과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충청주민들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지도자의 진심이 국민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권도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소모적 공방을 자제하면서 애국심과 애향심을 함께 실현하는 더 나은 대안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옳은 태도"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야당도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이 될 주요 국책사업에 대해 정략적 흠집내기보다는 국민을 바라보고 협력하면서 더 좋은 비전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했다.
야당의 반응은 격했다.
방송 직후, 늦은 시간임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과연 21세기 대통령과 우리가 마주보고 있는가, 아니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과 마주보고 있는가 착각이 들 정도의 회견이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철학과 개념이 너무 없는 것 절망스럽다"고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접근을 비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전임대통령이 왜 세종시 추진하려고 했는지에 아무런 생각도 없고 행정효율성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생각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일축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은 대운하 전단계라는 것을 실토하는 얘기를 했다"면서 "4대강 사업이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국책사업이라는 근거 제시에 완전히 실패한 회견이었다"고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운하를 하도록 낙동강을 물그릇으로 만들어 수량을 확보하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며 "결국은 대운하"라고 맞장구 쳤다. 그는 이 대통령이 과거 정부의 치수사업 비용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4대강 사업 계획이 아니고 전체 우리 국가의 장기적인 치산치수를 다 합친 종합계획"이라며 "이 대통령의 주장은 그야말로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추진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세종시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에 불과하다. 참으로 뻔뻔스럽다"고 일갈했다.
우 대변인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라며 "잘못해놓고 반성만 하면 그만이라는,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한 "대통령은 끝까지 용산참사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면서 "또다시 친서민을 이야기하면서도 용산참사로 희생당한 진짜 서민들을 끝까지 외면하는 것을 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나마 기대를 가지고 두 시간이나 귀 기울였던 것이 허망할 정도"라고 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자기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인 지적을 대단히 자의적으로 폄하하는 일방통행 100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은 국가와 국토의 합리적인 균형발전을 바라고 있는 반면, 대통령은 세종시의 문제를 충남 연기군 인근 지역 주민의 자족도시 건설문제로 문제로 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지금껏 환경단체와 야당, 학계에서 제시된 수많은 합리적 반대 이유에 대한 너무나도 합리성 없는 독선적 주장을 반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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