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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당신의 이름은, 청춘
[자은] 도대체 외로워 견딜 수가 없다. 오늘 당장 영화를 함께 봐 줄 사람도 없다. 그동안 스치고 인사하며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면 형식적 안부를 건네는 사람뿐, 내 하소연조차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는 고독한 천재도 아니다. 완벽하고 싶은데 무언가가 모자라다. 기타리스트 자은의 짧은 새끼손가락만큼, 딱 그만큼 부족하다. 연인과의 사랑도 완전하지 않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고립되고 고립되어 스스로 외로운 것이 청춘이다.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의 자은은 술에 취해있고 약에 취해있다.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을 사는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그녀와 함께 취해 소리를 지르고 싶다. 밑바닥부터 나를 갉아먹던 불안함과 열등감을 부끄럽지 않게 말하고 싶다. 세상을 조금만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러기에 이 세상은 너무나 크다. 그런 밤, 위에서 내려 본 도시가 별빛처럼 아름답게 반짝인다. 세상이 모두가 잠든 밤만큼 아름다울 때가 있던가. 자은은 그 반짝임 위에 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본 아름다움만을 기억하면서. 매일을 포기하며 매일을 후회하고 매일을 벼랑 끝에 서서 버티는 자은의 이름은,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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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될 때, 그래도 아직은 청춘
[명수] 탈출구가 필요한가.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가. 그래서 떠날 준비를 하는가, 그대는 비겁하다. 떠날 용기와 돈이 없어서 아직 이곳에 머물러 있는가, 그대는 참 초라하다. 이러나저러나 인생 그것 참 더럽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괜찮다. 되는 일 하나도 없어 사는 것 같지 않다. 누구나 그렇다. 여기 명수도 '사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아르헨티나로 떠날 결심을 한다. 우리는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사람을 막연히 부러워하지만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 속 명수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실제로 떠나려고 준비하는 자의 뒷모습은 훨씬 작고 안쓰러워 보인다. 오히려 이곳에 서서 독기로라도 꿋꿋이 버티는 사람이 대단해 보이는 법. 그렇다고 인생을 악으로 살라는 것은 아니다. 여기 명수처럼 추억과 아픔, 상처를 마주하고 어차피 죽을 것 다시 시작할 용기 한 번 내보는 거다. 더불어 못했던 말, 이를테면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는 배짱을 발휘해도 좋다.
새롭게 작곡한 곡을 건네는 명수의 용기는 작지만 크다. 그가 상처로 색칠된 '마법사밴드'를 '시작'으로 덧칠해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상처의 색은 지워지지 않는다. 단지 그것 위에, 그것을 딛고 일어나야 진정하고도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다 잃고 늦었다고 생각될 때, 기억하자 우리는 아직 청춘이라는 것을. 누군가 청춘은 나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했다. 다시 연주하는 명수의 이름은, 청춘이다.
청춘이여, 다시 노래하라
[하영] 지난 죄책감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젊음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 너무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은 지나가고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책임을 질 수 없다면 용서를 구하면 된다. 그러나 용서조차도 구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면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시는 갚을 수도 없는 것들에 매여 나를 버릴 필요는 없다. 자은의 자살 이후 3년 동안 노래를 하지 못한 마법사밴드의 보컬 하영도 이제는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 속 하영은 자은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날, 새 노래를 시작한다. 노래하다 발작하더라도 다시 소리 내는 용기, 그것이 청춘에게는 필요하다. 떠난 친구를 위해, 사랑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노래하는 거다.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외치는 거다. 청춘이여, 다시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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