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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한 큰술, 감동 두 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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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한 큰술, 감동 두 큰술!

뮤지컬 '연탄길'의 조순창 배우

▲ ⓒ프레시안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시골촌놈이 바라본 서울은 되게 삭막했고 무서웠어요. 차가웠구요. 근데 이 텍스트를 읽으면서 '서울에도 아직 따뜻한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공연에 와서 '감동을 가져가십시오'라기 보단 '잘 쉬어가시고, 따뜻함 많이 채워가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프레시안
"제 고향 아시죠? 전라도 순창, 순창 고추장의 순창이요!"라며 밝게 웃는 조순창 배우. 서글서글한 눈매만큼이나 시원스런 웃음을 가진 그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울에 막 상경했을 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것도 없이 올라왔어요. 그룹사운드를 하다가 대학가요제 나가려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는데, 미사리에 가서 노래 부르시는 분들의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부터 시작했죠. 아는 형 녹음실에서 은박지 돗자리 깔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삼각김밥 먹고. 그런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구요."

"예전에 책 봤을 때 한 페이지 보고 가슴 답답해서 덮고, 천장 한 번 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는 좋은 텍스트 덕분에 각각의 캐릭터들을 잘 소화해낼 수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노트르담의 콰지모도 역은 굉장히 무거웠어요. 소리 자체도 한번도 숨을 들이마신 적이 없을 정도로 내질렀구요. 그래서 소리가 답답하고 무겁고 절규같고 그랬는데, 여기서는 제 소리 맘껏 쓰고 있어요. 이 작품이 저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프레시안
"항상 소극장을 무서워했어요. 2002년도에 '아름다운 침묵'이라는 장애우 연극을 했었는데, 그때 울면서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열심히 열연하던 중에 앞에 앉아계신 관객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눈물 흘리면서 침 튀기고 이러니까 '어~' 하면서 막 피하시더라구요. 이번엔 다행히 우는 장면이 없는데, 이곳(명보아트홀)도 무대와 객석이 굉장히 가까워서 좀 걱정돼요." 발가벗겨진 느낌 때문에 소극장 무대를 피해왔던 그는 이번 공연은 자신에게 큰 도전이라며 속내를 내비쳤다. "그래도 덕분에 오히려 더 뻔뻔해지고 더 자신감에 차지지 않을까 의심해봐요! 기대돼요. 노트르담 같은 경우는 굉장히 멀었잖아요. 절 보러 와주신 그 어떤 분의 손을 잡기 위해선 뛰어나갔어야 했는데, 여기서는 한 발만 움직이면 그 손을 잡을 수 있어요. 가까운 만큼 제 연기에 담겨있는 마음도 조금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그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보시다시피 제가 얼굴도 크고, 몸도 크고, 키도 크잖아요? 소극장에 저하고 저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 두 명만 들어서도 소극장이 꽉 차요.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야, 세종문화회관 3층 끝에서 널 봤는데 넌 표정까지 다 보이더라?' 호쾌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는 서른 살의 성숙함 대신 익살꾸러기 아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 ⓒ프레시안
"어떤 분께서 그런 글을 올리셨더라구요. '뮤지컬 '연탄길'은 스타를 한명도 쓰지 않고 뮤지컬 배우들만 모여서 하는 뮤지컬이다. 이런 뮤지컬을 계속 기다려왔다.' 저희는 가진 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크게 어필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진심으로 초대하고, 찾아오시는 분들께 희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잘해서 공연을 잘 만들어나가는 게 지금 저의 희망이 될 거구요. 보러 와주시는 관객분들이 걸고 오시는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게 또 다른 희망이 될 것 같습니다. 편히 들르셔서 따뜻하게 쉬었다 가세요."

인터뷰 내내 큰 체격 때문에 행여나 공간이 협소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그의 모습에서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 나왔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속에서 가늘고 길게 살아남아 관객몰이를 하겠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의 눈빛에는 희망의 에너지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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