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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연령 조정? 맞벌이-한부모 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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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연령 조정? 맞벌이-한부모 가정은?

[김종배의 it] '신판 우골탑' 쌓겠다는 건가

정부의 고충을 이해한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22명, 세계 평균 2.5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실정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는 건 한가한 짓이다.

그래서 동의한다. 세자녀 부모에게 정년 연장 혜택을 주고 고교 수업료와 대학 학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에 대체로 동의한다. 셋째 자녀에게 대입과 취업에서 우대 혜택을 주는 건 노력이 아니라 운명에 혜택을 주는 것이기에 떨떠름하지만 그래도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취학 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1년 앞당기면 출산율 제고의 최대 걸림돌인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정부 주장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

얼핏 보면 맞는지 모른다. 초등교육은 무상인 반면 유치원 교육은 유상이다. 그러니까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면 수백만원의 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오산이다. 표면만 보고 이면은 보지 못하는 어림셈이다.

그래봤자다. 돈은 똑같이, 또는 더 많이 들게 돼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의 경우에 그렇다.
▲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겪어본 사람 또한 다 안다. 코흘리개를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 심정이 그리 편하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도 등 떠밀 수밖에 없는 게 교육 이전에 탁아 때문이라는 것을 다 안다.

그 반영이 학원의 특성이다. 서울 강남과 강북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초등생 대상 학원의 특징이다.

강남은 초등생 학원조차 단과 위주다. 그래서 강남 초등생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과목을 배우면 다른 학원으로 이동한다. 강북은 전 과목을 가르치는 보습학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래서 강북 초등생은 이동하지 않는다. 교습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학원에서 학교 숙제를 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부모의 여력 때문이다.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강남 어머니는 집중한다. 교육 컨설턴트로서, 생활 관리자로서 자녀의 동선과 스케줄과 교육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반면에 강북 어머니는 떠맡긴다.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아이 돌볼 틈이 없기 때문에 교육과 육아를 동시에 위탁한다.

이게 현실이다. 일반화할 통계는 비록 제시하지 못하지만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현실이다. 강남과 강북, 부유층과 빈곤층, 특히 외벌이와 맞벌이, 두부모와 한부모 가정 사이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보완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유치원에 종일반이 있는 것처럼 초등학교에는 방과 후 학교가 있다. 이걸 이용하면 된다. 어차피 종일반에 들어가려면 몇만원을 추가 지출해야 하니까 그 돈으로 방과 후 학교 수강료를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반쪽짜리다. 형태는 같지만 운영은 전혀 다르다. 방과 후 학교는 보통 50분 단위로 쪼개진다. 유치원 종일반 끝나는 시간, 다시 말해 부모가 퇴근하는 시간에 맟추려면 족히 너댓 개 강좌를 수강케 해야 한다. 자아가 발달되지 않은 코흘리개에게 감성적 충격 빈도를 높이는 것이다.

대책이 없다. 교실을 '뺑뺑이' 돌아야 하는 아이의 부담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급식과 틈새시간 관리다. 유치원 종일반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와 생활 관리가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짜려면 제대로 짜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려 한다면, 그리고 사교육비를 줄이려 한다면 취학연령이 아니라 유치원 교육부터 손질해야 한다. 무상교육 영역 밖에 있는 유치원을 공교육 체제에 편입시킨 뒤 초등교육과의 연계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탁아 시스템이라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전제되지 않은 취학연령 조정은 신판 우골탑 쌓기다. 서민, 특히 맞벌이-한부모 가정의 고혈 위에서 벌이는 성과 쌓기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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