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태어날 때부터 후회했다'는 앤더슨의 삶에도 돌아가고 싶은 지점이 있다. 하늘 끝 무지개가 보였던 그때, 폴리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이다. 어린 앤더슨은 폴리의 손을 꼭 잡고 앞장서서 걷곤 했다. 그때는 웃었다. 지금은 비 때문에 꺼지는 담뱃불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빗속으로 사라진 검은 발자국을 쫓고 있다. 지긋지긋한 그 놈 살인마 잭을 찾기 위해 앤더슨은 함정 수사를 시도한다. 그러나 그 미끼가 되어줄 매춘부가 있긴 할까. 앤더슨은 늦은 밤, 언제나처럼 술에 취한 폴리를 찾아간다.
표시는 이것이었다. 머리에 붉은 꽃을 단 여자. 살인마 잭과 유일하게 만나는 다니엘이 붉은 꽃의 매춘부를 미끼로 잭을 유인할 때 앤더슨이 현장을 덮치는 것. 그러나 앤더슨은 매춘부이자 오랜 친구였던 폴리에게 미끼가 되어줄 것을 부탁하지 못한다. 손에 들고 있는 붉은 꽃은 작지만 강렬하다. 꽉 붙잡기에는 여리다. 너무 작고 아름다워서 더 슬픈 붉은 꽃. 가슴에 품었던 붉은 꽃을 버리려할 때 폴리는 이 '선물'을 기쁘게 받고 스스로 머리에 꼽는다. 그리고 앤더슨에게 묻는다. 지금 자신이 예쁜지를. 그리고 살인을 당한다. 홀로 아름답다가 금방 시들고 마는 붉은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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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마지막 순간에 앤더슨은 결단을 내린다. 이 사건은 미해결 사건으로 종결시켜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살인을 한 잭을 동정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매춘부들이 개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그래서 앤더슨은 매춘부 연쇄살인을 미해결로 종결짓는다. 자신의 사랑처럼. "1888년 런던에서 다섯 명의 매춘부를 살해하고 난도질했던 살인마 잭, 아직도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이제 그는 다시 담배를 물고 빗속을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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