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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인수 협상대상자 '예상 깨고' 2곳 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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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인수 협상대상자 '예상 깨고' 2곳 압축

중동계·미국계 회사… 대우건설 노조 "사기극 중단해야"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가 중동계 사모펀드 자베즈 파트너스(JABEZ Partners)와 미국계 TR 아메리카 컨소시엄으로 복수 결정됐다. 당초에는 자베즈 파트너스가 단독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매각작업도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조는 그룹의 이번 매각 과정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외국계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 사례 대부분이 먹튀 논란을 빚었던 과거를 감안하면 앞으로 매각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믿을 만한 회사인가

23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며 두 기업이 대우건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룹에 따르면 TR 아메리카 컨소시엄의 주요 투자자는 지난 1898년 줄리어스 티시먼이 설립한 미국 뉴욕 지역의 건설회사 티시먼 컨스트럭션(Tishman Construction)이다. 이 회사 외에도 재미동포 사업가 문정민 회장의 AC디벨로프먼트, 피셔 브러더스, 아메리칸 뱅크노트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을 아시아 건설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금호 측에 설명했다고 회사는 발표했다. 가장 유력한 선정 후보로 꼽혔던 자베즈 파트너스의 경우, 회사는 "주요 투자자가 아부다비를 대신해 투자하는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공사(ADIC)"라고 주장했다.

자베즈 파트너스는 올해 초 설립된 사모투자펀드(PEF)로, 국내 자본에 더해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가 주요 투자자로 나섰다고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중동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긍정적으로 매각을 검토한 곳이다.

자베즈 파트너스는 주당 2만 원가량을 써낸 TR 아메리카 컨소시엄보다 비싼 가격(2만2000원~2만3000원)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했으나 자금조달 능력에 있어 다소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노조에 따르면 자베즈 파트너스가 과연 대우건설을 인수할 만한 능력을 가진 곳인지 의문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자베즈 파트너스의 주요 투자자로 알려진 ADIC와 아부다비투자청(ADIA) 두 곳에 모두 "국내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대우건설 입찰에 참여한 게 맞느냐"는 질문을 이메일로 보냈고, ADIA와 ADIC는 일제히 "대우건설 입찰과 관련이 없다.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ADIC에 받은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ADIC는 "우리 회사는 대우건설 입찰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Invest AD is not involved in bidding for Daewoo E+C)"며 "비슷한 이름의 회사가 많다(There are a number of Abu Dhabi companies with similar names)"라고 답했다.

노조가 확인한 내용이 사실일 경우, 국내에 알려진 자베즈 파트너스의 실체는 지나치게 과장됐거나, 미디어 노출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를 사칭한 투자자본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TR 아메리카 컨소시엄은 자베즈 파트너스에 비해 건설업에서 능력이 검증된 회사(티시먼 컨스트럭션)가 참여한데다, 신용부문 회사로 알려진 아메리칸 뱅크노트가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설 가능성까지 있다는 점으로 미뤄 자베즈 파트너스에 비해 보다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가 기술유출 등 숱한 논란을 낳고 실패로 끝난데서 보듯, 기술유출 우려와 고액의 투자수익을 얻은 후 재매각하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어 보인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날 저녁 금호아시아나 본관 앞에서 외국계 기업에 매각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대우건설 매각은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의 핵이다. 또한 국내 산업 지형도, 관련 노동자의 생계를 흔들 수도 있는 문제다. ⓒ뉴시스

금호, 구조조정 속도 내나

일단 대우건설 인수 후보자가 2곳으로 압축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은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시급히 마련해야 할 유동성은 약 4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우건설 지분 50%를 주당 2만3000원 정도에 매각할 경우 약 3조7000억 원 정도를 끌어들일 수 있다. 금호산업이 인수 당시 풋백옵션 기준가로 제시한 3만2500원으로 계산한 상환자금은 약 4조1000억 원 정도다. 그룹은 올해 12월 15일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2500원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손실분을 대신 보전해주기(풋백옵션)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정해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대우건설 매각은 따라서 유동성 부담을 상당부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계열사 역시 매각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은 지난달 계열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4%를 국내 사모펀드 코아에프지에 매각했다. 또 금호터미널은 2190억 원에 계열사 대한통운에 넘겼다. 그룹은 또 베이징루프트한자 센터 지분을 처분해 약 500억 원을 마련했다.

노조는 이와 같은 지분매각에도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금호터미널 매각은 사실상 우량 계열사에 부실을 떠넘기는 행위라는 평가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매각 과정에 불공정성이 없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베이징루프트한자 센터는 대우건설 계열사인데 그룹이 멋대로 판 것 자체가 비양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금호그룹의 자율적 구조조정은 실패했다.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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