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뮤지컬, 내 심장의 에너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뮤지컬, 내 심장의 에너지!

뮤지컬 '영웅'의 정성화 배우

▲ ⓒ프레시안

"방송활동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됐던 게 '넌 뭘 해도 중간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라는 생각이었어요. 특히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친구나 회사동료 같은 감초역할을 하면서 이쪽에서는 절대 1등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했죠. 근데 뮤지컬에서는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도, '영웅'의 안중근도 될 수 있었어요. 이곳에서는 '내가 열심히 하면 1등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금 뼛속깊이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해요."

▲ ⓒ프레시안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헐레벌떡 분장실로 달려온 정성화 배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들어선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개그맨에서 탤런트, 그리고 이제는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그는 "뮤지컬은 내 혈관에 흐르는 피"라며 예의 진중한 눈빛을 빛냈다.

"사실 되게 힘들어요. 안중근 의사님께서 겪으셔야만 했던 절망을 매 공연마다 쏟아내야 한다는 게. 어머니의 수의를 입는 장면에서는 언제나 감정이 복 받쳐 올라요. 전 쾌활하고 활달한 사람인데, 이 공연하면서 조금은 진지하고 마음이 무거워진 느낌이에요."

공연이 끝나면 매번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그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체력관리에 힘쓴다고. "좋다는 건 다 먹어요. 요즘 음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다운 받아서 많이 보거든요. 해삼이 좋다 그러면 남도 전복 이런데다가 전화해서 "해삼 내장 좀 보내주세요" 이러기도 하고, 밥도 나가서 먹기 보다는 되도록 집에서 해먹고 있어요. 집 뒤에 아주 낮은 산이 하나 있어서 공연 없는 날 아침 일찍 산에도 갔다 오구요. '영웅'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해요."

▲ ⓒ프레시안
중국 하얼빈의 현장답사 이후 자신이 맡은 역을 비로소 실감하게 됐다는 그는, 처음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해냈다는 생각에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었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 이루었다 생각했죠. '내가 이걸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라고 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 그분(안중근 의사)이 있으셨던 곳을 다녀오니까 그때부터 부담이 생기더라구요. '이 사람을 내가 어떻게 연기하지? 큰일났네! 사람들이 '정성화'하면 동글동글하고 명랑 쾌활한 이미지를 떠올릴 텐데…'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녀오자마자 안중근 의사님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중에 '안칠역사'라는, 안중근 의사님이 쓰신 자서전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매일 아침 9시까지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해서는 아이들 돌보고,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몇 십년동안 매일을 하루같이 살아오신 평범한 분들. 그 분들이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있어 영웅은 '나의 아버지'라고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확고한 신념이 묻어나왔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한 5번 정도 (공연을) 보신 것 같아요. 인천 본가에 가면 제가 그동안 했던 공연의 포스터가 액자로 쫙 걸려있어요. 기사도 따로 스크랩해서 붙여놓으세요. 동생한테 미안하죠. '형만 좋아하고 나는 왜 안 좋아해?' 할 수도 있는데 질투하지 않고 묵묵히 아버지 일 잘 도와드리는 걸 보면 참 고마워요."

▲ ⓒ프레시안

여자친구 만날 시간도 없겠다는 질문에 그는 "자신보다 훨씬 더 자신을 잘 이해해준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잘 못 만나요. 그 친구는 주말에 쉬는데 전 주말에 공연이 있으니까. 그 친구도 바쁘고. 여자친구가 가끔 공연 보러 오거나 평일에 어렵사리 얼굴 보면서 만남을 지속해가고 있어요. 집도 서로 멀고 완전 불명의 사랑이에요. 자주 못 만나고 그러니까 더 애틋하죠."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는 "내년에 결혼하면 연애 7년차 결혼 골인"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 ⓒ프레시안
"스타들의 뮤지컬 진출, 진짜 좋은 일이죠. 관객들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더 많이 접하게 하는 일이니까요. 다만 걱정스러운 건 그 친구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뮤지컬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예요." 그는 스타들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 고무적인 일이라 말하면서도 우려의 마음 또한 감추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가수가 뮤지컬에서 가수를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배우가 되려한다면 뮤지컬 배우보다 더 뮤지컬 배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습에 많이 참가하지 못해도 할 순 있어요.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의 연기에서 혼은 찾아볼 수 없겠죠, 절대로. 그러면 관객들은 그 사람에게 실망하고 뮤지컬에도 실망하게 될 거예요. 부디 진출하신다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시길 바래요."

이 공연을 통해 안중근이란 훌륭한 분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그는 "안중근이 도시락 폭탄 던진 사람이야?"라고 묻는 분이나 "혹시 안중근이 도산 안중근이야?"라고 묻는 분들은 꼭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팬클럽 정모에 한번씩 '짜잔'하고 나타나 팬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는 정성화 배우. 호쾌한 웃음 위로 진중함을 더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더할 수 없는 무게감이 전해져왔다. 역사 속 인물을 소생해내기에 여념 없는 그의 얼굴 너머로 조국 독립을 열망했던 한 청년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