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방송활동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됐던 게 '넌 뭘 해도 중간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라는 생각이었어요. 특히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친구나 회사동료 같은 감초역할을 하면서 이쪽에서는 절대 1등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했죠. 근데 뮤지컬에서는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도, '영웅'의 안중근도 될 수 있었어요. 이곳에서는 '내가 열심히 하면 1등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금 뼛속깊이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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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되게 힘들어요. 안중근 의사님께서 겪으셔야만 했던 절망을 매 공연마다 쏟아내야 한다는 게. 어머니의 수의를 입는 장면에서는 언제나 감정이 복 받쳐 올라요. 전 쾌활하고 활달한 사람인데, 이 공연하면서 조금은 진지하고 마음이 무거워진 느낌이에요."
공연이 끝나면 매번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그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체력관리에 힘쓴다고. "좋다는 건 다 먹어요. 요즘 음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다운 받아서 많이 보거든요. 해삼이 좋다 그러면 남도 전복 이런데다가 전화해서 "해삼 내장 좀 보내주세요" 이러기도 하고, 밥도 나가서 먹기 보다는 되도록 집에서 해먹고 있어요. 집 뒤에 아주 낮은 산이 하나 있어서 공연 없는 날 아침 일찍 산에도 갔다 오구요. '영웅'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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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9시까지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해서는 아이들 돌보고,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몇 십년동안 매일을 하루같이 살아오신 평범한 분들. 그 분들이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있어 영웅은 '나의 아버지'라고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확고한 신념이 묻어나왔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한 5번 정도 (공연을) 보신 것 같아요. 인천 본가에 가면 제가 그동안 했던 공연의 포스터가 액자로 쫙 걸려있어요. 기사도 따로 스크랩해서 붙여놓으세요. 동생한테 미안하죠. '형만 좋아하고 나는 왜 안 좋아해?' 할 수도 있는데 질투하지 않고 묵묵히 아버지 일 잘 도와드리는 걸 보면 참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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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만날 시간도 없겠다는 질문에 그는 "자신보다 훨씬 더 자신을 잘 이해해준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잘 못 만나요. 그 친구는 주말에 쉬는데 전 주말에 공연이 있으니까. 그 친구도 바쁘고. 여자친구가 가끔 공연 보러 오거나 평일에 어렵사리 얼굴 보면서 만남을 지속해가고 있어요. 집도 서로 멀고 완전 불명의 사랑이에요. 자주 못 만나고 그러니까 더 애틋하죠."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는 "내년에 결혼하면 연애 7년차 결혼 골인"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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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을 통해 안중근이란 훌륭한 분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그는 "안중근이 도시락 폭탄 던진 사람이야?"라고 묻는 분이나 "혹시 안중근이 도산 안중근이야?"라고 묻는 분들은 꼭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팬클럽 정모에 한번씩 '짜잔'하고 나타나 팬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는 정성화 배우. 호쾌한 웃음 위로 진중함을 더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더할 수 없는 무게감이 전해져왔다. 역사 속 인물을 소생해내기에 여념 없는 그의 얼굴 너머로 조국 독립을 열망했던 한 청년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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