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을 만드는 한편, 일반 시민들의 영상제작 확산과 퍼블릭 엑세스에 기여하기 위해 독립영화 진영이 해온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이하 '영진위')는 20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사)한국독립영회협회(이하 '한독협')'가 지정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광화문에 위치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새로운 사업운영자를 공모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냈다.
영진위로부터 단체지원 사업 중 지정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던 곳들이 모두 공모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사실은 올초 서울아트시네마 공모제 전환 논란 당시부터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져 왔다. 영진위의 이번 발표는 그간 논란의 대상으로 회자되던 공모제 전환을 공식화한 것인 한편, 시네마테크 사업 역시 공모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 영화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모에서 시네마테크 사업 운영자 공모가 빠진 것은 영진위가 서울아트시네마를 운영하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측과 내년 3월까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진위에서 이 사업을 관할하고 있는 진흥사업부의 관계자는 내년 3월 계약 만료 직후 시네마테크 역시 공모제를 통해 선정된 주체가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진위는 보도자료에서 "2010년부터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의 단체사업 지원 방식을 지정위탁에서 공모제로 바꾸기로 했다"면서, "공간 운영지원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사업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실시하여 매년 사업수행 결과를 차기사업에 반영하는 등 효율적 운영을 위해 개선키로 했다"고 밝혔다. 영진위의 새로운 방침에 따라, 앞으로는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는 매년 공모에 의해 운영주체를 선정하게 되며, 선정된 단체는 1년간 운영 약정을 맺게 된다.
현재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는 한독협이 지정위탁을 받아 각각 8년째(미디액트), 그리고 3년째(인디스페이스) 운영해왔다. 한독협은 12월 31일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재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영진위가 공고한 기간 내에 새로이 사업 운영자 공모에 응모해 심사를 거쳐야만 한다.
그간 독립영화 진영은 영진위의 공모제 시행을 앞두고 "10년간 헌신해 간신히 거둔 결실을 물거품으로 만들려 한다"며 반발해왔다. 애초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영상미디어센터가 정부가 창안해 주도해온 사업이 아니라 독립영화 단체들이 '운동'을 통해 영진위의 지원을 '얻어낸' 사업이었던 만큼, 이를 영진위가 공모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주객을 전도하는 행위라는 것. 반면 영진위 측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특정 단체에 단체지원 사업이 편중돼 왔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 방안을 요구받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전환임을 강조해왔다. 영진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사업의 형태에 변화를 줌으로써 기존 사업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한 선의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촛불단체 지원 중단' 이슈와 관련해 이른바 '진보적 영화단체'를 배제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계속 설득력을 갖고 지적되어온 맥락도 있는 만큼, 영진위의 이번 공모제 전환은 계속된 잡음과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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