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글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떡봉이'들이 휘두르는 폭력이다. 군사정권 시절 교도소에 수감된 사상범들이 '떡봉이'라고 불리는 폭력 성향 재소자에게 구타를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교도소 측은 떡봉이와 사상범을 같은 방에 가두고는 폭력을 방조하곤 했다. 떡봉이들에게 사상범이 있는 방 열쇠를 맡기는 일도 있었다. 떡봉이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사상범이 있는 방을 드나들며 폭력을 휘둘렀다. 사상범에게 강제로 전향서를 받아내기 위해 정부 당국이 벌인 일이다.
反인권적 전향공작…진실화해위 공식 확인
숱하게 나온 이런 증언들이 국가기관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과거 국가가 교정시설에 수감된 공안사범에게 폭력 등을 동원해 사상 전향을 강요했던 점을 확인하고 정부가 피해구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상 전향은 수감자가 정치적 사상을 포기ㆍ부정한다는 '전향서'를 쓰면 형량 등에서 우대한다는 제도로, 1956년 도입돼 1998년 '준법서약서' 형태로 바뀌었다가 2003년 7월 폐지됐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과거 정부는 공안사범 수백여 명에게 전향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 및 가혹행위를 저질렀고, 1973년에는 법무부와 중앙정보부 주도로 대전과 대구 등 교도소 4곳에 '전향공작전담반'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회유ㆍ강요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교도소 측은 처우를 개선해 준다며 사회 참관과 가족 면회를 시켜 수감자의 거부 의지를 누그러뜨리고, 교도관과 다른 재소자(이른바 떡봉이)를 시켜 폭행과 고문을 하며 전향서 서명을 강요했다고 진실화해위는 전했다.
예컨대 대전교도소는 사상범 1명을 떡봉이 1∼2명과 같은 방에 수용해 폭행을 당하게 했다. 이렇게 작성된 전향서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자살을 시도한 사상범도 있었다. 광주교도소는 떡봉이들에게 사상범 수용동의 열쇠를 넘겨주고 구타와 물고문을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형기를 마쳤지만 사회안전법의 보안감호처분을 받은 사상범들을 수용했던 청주보안감호소의 경우, 1978년 개소한 이후부터 1980년대 초까지 교도관들이 감호자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전향을 강요하며 다양한 가혹행위를 했다.
전향을 거부한 사상범들은 수시로 고문, 구타 등을 당했을 뿐아니라 수년 동안 독방에 수감되기도 했다. 심지어 질병치료 및 치료약의 지급을 조건으로 전향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비인도적 처우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하는 사상범들에게 고무호스를 위 속까지 집어넣고 소금덩어리와 다름없는 죽물이나 우유를 집어넣은 사례도 확인됐다. 당시 사상범들은 극심한 통증을 겪었으며, 다양한 후유증을 앓았다.
"죄책감 못 이겨 퇴직한 교도관"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사상 전향제는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 폭력"이라며 "심각한 인권유린 앞에서 교도관이 죄책감을 못 이겨 퇴직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벌어진 인권유린의 피해자가 사상범뿐만이 아니며, 교도관 역시 피해자였다는 지적이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전향공작 피해자 실태를 자세히 조사하고,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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