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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외환은행 인수전 '시동'…은행권 재편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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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외환은행 인수전 '시동'…은행권 재편 본격화

산업· 우리은행은 해외로…해외부문 인수전도 속도낼 듯

은행권 재편이 서서히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고, 산업은행도 민간은행으로서 첫 출발의 상징으로 인수합병(M&A) 전략을 내세웠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빅뱅'으로 묘사되는 은행권 M&A는 이미 수년 전부터 거론되던 해묵은 이슈다. 다시 금융권을 긴장시키는 도화선에는 국민은행이 불을 붙였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17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G-20 한국리더십' 컨퍼런스 행사에 참여해 "외환은행 인수는 국민은행이 3년 전부터 추진해와 자신 있다"며 "본격적인 시기는 내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외환은행 새 주인 되나

신중한 이미지로 각인된 강 행장은 이처럼 과감한 입장 표명에 이어 시장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인수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탐낸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 2001년 주택은행 합병으로 국내 최대 은행으로 부상했음에도 8년이 지난 지금, 과거 소매금융 전문 은행의 이미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기업금융과 외환부문에 특화된 외환은행 인수는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였다. 더군다나 경쟁 은행에 비해서도 더뎠던 해외 진출을 단숨에 만회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외환은행은 과거 IMF 시절에도 해외점포를 철수하지 않았던 거의 유일한 국내 은행이다. 지난 3분기 외환부문 수수료 수익만 99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원화 수수료 수익(1000억 원)과 비등하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외환은행을 탐냈다. ⓒ뉴시스
이 때문에 지난 2006년, 국민은행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던 외환은행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정도로 인수에 공을 들였다. 당시 강 행장은 "글로벌 뱅크로 도약하기 위해선 외환은행 인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인수로 해외부문 네트워크까지 강화해, 이른바 '아시아 네트워크' 구축을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합성 관련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고 해 고배를 마셨던 국민은행이 이번에 다시금 치고 나오는 이유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도 지난달 1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우리를 찾아와 팔고 싶을 때 팔라고 했다. 우리는 (외환은행 지분을) 6개월에서 1년 내에 매각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할 정도로 인수합병에 대한 양측의 의견은 일단 일치한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자산규모 380조 원(국민은행 약 280조 원, 외환은행 111조 원)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자산규모 2위권을 다투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덩치는 240~250조 원대다.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을 키우는 한편, 중소형 증권사 인수에도 나설 전망이다. 일찌감치 지주사로 전환해 증권업을 강화한 경쟁사들에 비해 증권부문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인수 대상 증권사는 푸르덴셜투자증권이다. 전국 75개 지점을 보유한 푸르덴셜투자증권이 KB투자증권과 합쳐질 경우, 역시 법인영업과 리테일(소매금융) 채널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외환은행과 증권사 인수를 위해 KB금융지주는 7조 원 정도는 큰 부담 없이 자체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피말리는 재편 전쟁

국민은행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상은 바로 산업은행이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2011년 상장과 민간은행 인수를 민영화의 디딤돌로 거론했다. 산은법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2014년 5월말 전에 민영화를 끝내도록 돼 있다.

산은의 인수 후보로 주로 거론되는 곳은 역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지주는 심지어 자산규모가 작은 하나금융지주의 인수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그러나 자산규모로 보아 명실공히 국내 2위권을 지키는 자신들이 은행권 재편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장에서 우리에 대해 근거도 없고 말도 되지 않는 정보를 흘리는 세력이 있다"며 에둘러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주체로 떠오르는 게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직접 지난달 16일 사내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집안단속과 대외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이메일에서 이 회장은 "향후 금융산업 재편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금융그룹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나아가 우리나라 최고의 선도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는 물론, 산은금융지주의 먹잇감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민 행장은 지난 8일 산은금융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외환은행보다 해외 은행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또한 해외진출을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성장 전략을 짜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가정들이 그대로 들어맞을 경우, 그간 복잡하게 물밑 경쟁만 치열했던 은행권 재편의 큰 그림은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외환은행 인수전에 다시 한 번 국민은행이 주도권을 쥐는 가운데, 다른 은행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미 산은금융지주는 산업은행 시절인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인수전에 뛰어든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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