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기억 보조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예를 들면 연어, 거북이가 산란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갈 때, 물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각은 동물의 생사도 좌우한다. 개, 토끼가 태어나면 귀여운 새끼를 절대로 만지지 않아야 한다. 어미가 인간의 냄새와 뒤섞인 새끼를 물어뜯는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냄새는 각별하다. 된장, 볏짚 냄새는 지독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냄새가 기억과 관계되다 보니, 후각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은 종종 치매를 앓는 일도 있다.
인간이나 동물에게 후각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루소, 디드로가 지적한 것처럼 후각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대다수 동물은 냄새로 교미 상대를 결정한다.
▲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1.5킬로그램(㎏) 송로버섯. ⓒ프레시안 |
이 귀한 버섯을 찾을 때, 돼지를 이용한다. 암퇘지는 송로버섯이 묻혀 있는 곳에 다가가면 즉시 발정이 난다. 귀를 세우고, 등을 낮추고, 엉덩이를 든다.
1982년 독일의 연구자들은 송로 버섯의 향과 수퇘지의 침샘에서 똑같은 호르몬을 찾았다. 최상품 송로 버섯에는 혈기 왕성한 수퇘지가 풍기는 페로몬의 두 배가 들어 있다.
페로몬은 호르몬의 일종이다. 동물은 페로몬을 분비해서 동류에게 위험을 알리거나, 이성을 유혹한다. 간혹 이 페로몬은 송로 버섯과 암퇘지처럼 동류가 아닌 사이에서도 작용한다.
페로몬을 인식하는 곳은 어디일까? 페로몬을 감지하는 곳은 냄새를 인식하는 코 내부의 깊은 곳이 아니다. 페로몬은 콧대에 위치한 야콥슨기관에서 감지한다.
1975년 미시간주립대학에서 포유류에서 이 야콥슨기관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이 대학의 연구자들은 야콥슨기관을 제거한 수컷 햄스터와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짝짓기 행동을 비교했다. 야콥슨기관을 없앤 쪽은 짝짓기 행동에 심각한 장애를 보였다.
한의학 역시 콧대를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콧대가 생식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코를 보면서 남녀의 정력을 따지는 것은 다 이런 한의학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현대에서 코는 미용 때문에 함부로 다뤄지고 있다. 미용을 위해서 콧대는 대수롭지 않게 수정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야콥슨기관이 손상을 받는다면 어떡할 것인가? 이성의 페로몬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코 성형 수술 열풍은 전 세계에서도 대단하다. 너도 나도 코 성형을 하다보면, 정말로 내 남자, 내 여자를 감지하는 능력에 심각한 손상이 오지 않을까? 어느 나라보다 급격하게 느는 이혼이 예삿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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