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애드벌룬을 띄운다. 재벌들이 세종시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한다. 삼성-현대기아차-LG-롯데 등의 재벌 이름을 줄줄이 거론한다. 이들 재벌이 세종시에 연구센터나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를 연이어 내놓는다.
대충은 헤아린다. 어차피 세종시 공방의 승부처는 여론시장이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공방 지형이 바뀐다. 그래서일 것이다.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원안론과는 달리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수정론에 내용물을 채우는 작업일 것이다. 행정부처가 이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쟁쟁한 기업이 입주하니까 자족 기능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게 수정론 찬성 여론에 탄력을 붙이기 위함일 것이다.
헌데 문제가 있다. 제목 다르고 기사 다르다. 제목은 '확정'인데 기사는 '검토 중'이다.
이게 화근이 될지 모른다. 불량 에어백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듯 어설픈 애드벌룬이 세종시 수정론에 타격을 가할지 모른다.
이치가 그렇다. 놓친 월척이 제일 큰 법이다. 행여 재벌이 검토만 하다가 입 씻으면 김이 샌다. 세종시 수정안은 왜소해지고 충청도민과 국민의 입맛 다시기는 배가된다.
물론 가정이다. 재벌들이 '검토중'이라니까 어느 쪽으로 결정 날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 세종시에서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홈페이지 |
재벌에겐 크나큰 부담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자기들 이름이 기재되는 일 자체가 짐이다. '후'라면 괜찮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폐기된 후, 다시 말해 정치적 논란이 일단락 된 뒤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전'이다. 특별법이 폐기되기 전에, 특별법을 폐기하기 위해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돌격대가 된다. 야당은 물론 박근혜계까지 가세해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깨는 돌격대가 된다. 수정론 편에 서서 원안론을 깨는 돌격대가 된다. 정치게임에 빠져드는 것이다.
두고두고 두통거리가 된다. 어찌어찌해서 연말연초의 정치 파고를 넘고, 또 어찌어찌해서 지방선거 노도를 넘는다 해도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삼각파도에 휩싸여야 한다. 수년 동안 정치권과 뒤엉켜 진흙탕을 굴러야 한다.
이 평범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재벌이다. 정치판에 연결됐다가 후유증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는 재벌이다. 이런 재벌이 '도원결의' 수준에 가까운 결정을 선뜻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난센스다.
그래서 배제하지 않는다. 언론이 띄운 애드벌룬을 재벌이 펑크 내는 가정상황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미 목도한 바도 있다. 세종시에 땅을 분양받은 업체가 세종시 논란이 격화되는 걸 보고 짐을 싼 전례를, 한두 푼이 아닌 계약금을 떼이면서까지 짐을 싼 선례를 목도한 바 있다.
2010년일 수도 있고, 2012년일 수도 있다. 당장 '노'를 외칠 수도 있고, 나중에 '철회'를 선언할 수도 있다. 시기는 못 박을 수 없지만 세종시 수정론이 다시 수정되는 개연성만은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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