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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내 운명! 명랑소녀의 프리스타일 무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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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내 운명! 명랑소녀의 프리스타일 무용기

김긍수발레단 'La 춘향'의 이지선 무용수


▲ ⓒ프레시안

"언제 어디서나 보여줄 수 있는 춤을 추고 싶어요." 172cm의 껑충한 키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후드 티셔츠,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질끈 동여맨 머리. 스물넷이라는 나이만큼이나 앳되고 소탈한 외양의 이지선 무용수는 무용이 아닌 춤을 추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 ⓒ프레시안
"뉴욕 맨해튼에 있을 때 지인분들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유니언 스퀘어 공원에 가게 됐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문득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말리는 와중에 색소폰 연주자에게 다가가서 '난 댄서다. 당신 음악에 맞춰 춤추고 싶다' 그랬더니 그분이 '정말 댄서냐'고 되묻고는 '그럼 해봐라' 하시더라구요. 처음엔 장난삼아 시작했는데 아이컨텍까지 해가면서 연주하시는 그분 모습에 저도 모르게 열중하게 됐죠. 관객분들이 하나둘씩 모이시더니 나중에 박수를 쳐주시더라구요. 그때 알았어요. '아! 이래서 내가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거구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의 춤을 따라 추길 좋아했다는 그녀가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무용을 접하게 된 건 일곱 살 때였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제대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죠. 근데 지겨웠어요. 발목도 안 좋고, 토슈즈도 아프고. '내가 굳이 이걸 신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발레로 계원예고에 입학했다 고2때 현대무용으로 전과했어요."

▲ ⓒ프레시안
발레로 다져왔던 몸 때문에 현대무용에 적응하기까지 고초를 겪었다는 그녀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비보이 컴퍼니에 다니며 힙합을 배웠다고. "발레는 몸이 꼿꼿해야 하고 상체가 항상 들려있죠. 이에 반해 현대무용은 몸을 구길 줄도 알고 필 줄도 알고 그런 게 자연스러워야 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고생했어요. 그래서 힙합을 일부러 따로 배웠어요. 익스프레션이라고 비보이 컴퍼니가 따로 있는데 가서 수업도 듣고 공연도 했죠. 원래 힙합을 좋아하는데 학교에서는 겉멋 들었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바보란 소리 들어요." 특이한 이력에 사람들에게 오해 살 여지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실상을 털어놓았다. "어쩔 때는 나이를 너무 넘어서거나 어쩔 때는 너무 바닥을 치고 들어가서 '제 왜 저래?'하는 소리도 많이 들어요. 낯을 가리긴 하는데 되게 빨리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다보니깐 교수님들이나 윗분들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가는 편이거든요. 이번 공연 참여하시는 분들이 거의 중대 출신인데 반해 전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 괜히 어색하고 했는데요. 한 번은 교수님께서 연습 마친 뒤 집에 어떻게 가냐는 질문에 '교수님 심심하시죠? 저 좀 데려다주세요!'해서 좌중을 경악케한 사건이… 그런 면에서 오해도 많이 받는데 결국 바보란 소리를 듣게 되더라구요."

▲ ⓒ프레시안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춘향역을 맡은 그녀는 남자무용수들과 호흡 맞추는 게 제일 어렵다며 속내를 밝혔다. "현대무용할 때는 남자한테 들려본 적이 없거든요. 접촉하는 부분이 있어도 점프해서 다리에 닿는 정도? 이번 공연에서는 제 몸이 다 올라가야 하는데 떨어질까 봐 소리 지르고, 위에서 오빠들 막 누르고, 손 안 놓고 그래요. 오빠들은 호흡 좀 하라고 다그치고. 호흡을 맞춰야 가볍거든요. 오빠들이 목아프다, 허리아프다고 하면서 원조 춘향 오라고(원혜인 무용수) 놀려요. 혜인 언니는 딱 발레리나 느낌? 언니는 안아도 느낌이 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남자가 남자 안는 느낌?"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그려낼 '사랑의 방'은 실제로 안지 않아도 정말 가슴과 가슴으로 안는 느낌으로 표현돼요. 사람과 사람이 합쳐졌을 때의 그림이 몸짓으로 나타나죠. 연습할 때 사람과 사람이 겹쳐진다는 느낌보다는 그 사람에게 빨려 들어가서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해요." 이번 공연의 관전포인트로 '사랑의 방'을 꼽은 그녀는 관객들이 있는 그대로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무용쪽 관련 종사자나 가족들이 아닌, 일반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는 문화가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는 이지선 무용수. 그녀에게선 이미 프로의 기운이 물씬 풍겨 나왔다. 그녀의 바람이 부디 조금이나마 관객들에게 전해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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