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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원히 살면서 매일 죽는 연인들,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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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원히 살면서 매일 죽는 연인들,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

[공연리뷰&프리뷰]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앙코르 공연 중!

이젠 지겨울 법도 하다. 셰익스피어가 청춘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죽여 사랑의 전설을 완성시킨 지 400년 이상 됐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왔다. 문학, 영화, 연극, 오페라 등을 통해 조금씩 다른 그들을 봐왔고 이는 다양한 장르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보고 또 본 로미오와 줄리엣, 끊임없이 재탕(?)되고 있는 이들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변화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에 맞춰 우리들은 이 진부한 이야기 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현대적 감각을 배합해 또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킨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 우리는 어김없이 그들을 만나러간다.

▲ ⓒ프레시안

- 세상의 또 다른 이름, 그것은 '베로나'
사랑은 이뤄질 수 없고 부모들은 권위적이며 친구들은 상황에 따라 어깨동무를 했다가 손가락질하기 마련이다. 끊임없이 다투고 모든 팔은 안으로 굽어 오히려 숨통을 조인다. 그리고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 속 모든 인물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줄리엣에게 독약을 주었던 신부까지 신의 존재와 사랑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이곳을 저주한다. 바로 이곳, 그들의 치열했던 삶이 배인 베로나는 세상의 또 다른 이름이다. 도처에 죽음이 널린 곳이다.

셰익스피어 희곡 원작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볼 때, 우리는 이미 그들이 죽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전체를 아우르는 죽음의 기운은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에서 하나의 형체로 등장하며 극을 압도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부를 때도, 결혼식을 치를 때도 죽음은 무대 어디에선가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 달콤한 공포. '죽음' 역의 등장은 모든 순간을 비극으로 보이게끔 한다. 이들이 고비마다 상황을 악화시켜 죽음까지 이른 것이 아니라, 죽음이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이 한없는 비극성 반면 대극장 무대와 화려한 조명, 현대적 음악과 안무로 인해 극은 활기를 띈다. 동시에 죽음과 대비되는 묘한 이질감을 생성한다. 그들만의 서정성과 문학성으로 볼거리 외에 감성을 자극하여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던 프랑스어권 뮤지컬의 정수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 두 가문의 현대적 부활, 그들만의 색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의 몬테규와 캐플렛 가는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구분된다. 너무 강렬해 다른 색과 조합될 수 없는 블루와 레드, 결국 두 색은 서로의 자존성을 흐트러뜨리고 상처 낸다. 블루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레드에서는 파란 피가 흘러나온다. 색으로 상징되는 이들이 더욱더 완벽하게 구분 되도록 힘을 싫은 것은 앙상블이다.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의 대극장을 가득 채우는 핵심 요소 역시 앙상블의 안무다. 댄서와 싱어가 구분된다는 프랑스어권 뮤지컬답게 공연 속 댄서는 비-보이를 연상시킬만한 군무를 보여준다. 기쁨과 환희, 절망과 다툼을 몸으로 표현하는 이들은 손동작부터 표정까지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용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도 앙상블의 의상과 안무다. 양쪽 가문의 날라리(?)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은 '즐기고 있는' 청춘들을, 더 나아가 순간을 사는 청춘들을 그려낸다.

▲ ⓒ프레시안

이 작품이 세련된 현대극으로 보이게 하는 요인에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을 대표하는 두 넘버 '사랑한다는 것'과 '세상의 왕들'은 귀에 달라붙는 멜로디와 가사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또 하나의 공연이라 해도 좋을만한 이 작품의 커튼콜은 '세상의 왕들'과 함께 절정으로 치닫는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냈다.

- 영원히 반복될 뻔한 사랑의 대서사시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은 누구나 아는 작품을 원작으로 하기에 익숙함의 장점과 식상함의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추방당하면서도 줄리엣만을 생각하는 로미오와, 부모 말 따위 코로도 듣지 않는 줄리엣이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은 현실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다음 상황을 알고 있기에 이들이 동시에 죽는다 해도 긴장감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불효막심'하고 '철없는' 청춘들의 이기적 사랑에 대한 불편함이 용인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원작이기에 가능하다. 신부는 너무 쉽게 약을 주고 두 가문은 너무 쉽게 화해하지만 이것도 '로미오와 줄리엣'이기에 가능하다. 두 남녀가 환각상태에 가까운 속도로 사랑에 빠지고 죽어가는 과정을 보며 아름답다 여길 수 있는 것 역시 셰익스피어의 힘이다.

프랑스어권 뮤지컬의 명성을 이어갈 이 작품이 관객에게 온전히 흡수될 수 있는 확률은 50%다. 그야말로 대중성과 예술성, 다양성과 진부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그러나 표현의 새로움과 무대, 객석을 압도하는 안무와 서정성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관객의 긍정적 호응을 기대케 하는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은 12월 13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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