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난 1년간 중국과 함께 가장 빨리 상승세를 타던 한국 증시가 빠른 회복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15일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11월 들어 한국 증시의 거래량 감소세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의 11월 일평균 거래량은 2억5895만 주로 9월의 4억6997만 주에 비해 45% 급감했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 S&P500지수의 거래량은 11%, 일본 닛케이지수는 5% 감소했다.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세가 큰 대만의 가권지수도 24% 줄어드는데 그쳤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5% 늘었고 영국 FTSE지수도 1% 증가했다.
한국 증시가 이처럼 급격하게 거래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빠른 회복에 따른 조정 현상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1일 1474였는데 2009년 9월1일에는 1623으로 15% 급등했다. 같은 기간 동안 세계주가 평균은 20%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실물경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35%의 초과상승 중 상당 부분은 '버블'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빠른 상승에 이어 급격한 거래 감소를 이끄는 것은 모두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사면서 주가가 올랐는데 외국인이 차익을 실현하고 팔기 시작하면서 지수가 떨어지고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6-2007년에는 주식형 펀드 등을 통해 증시로 들어온 개인자금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으면서 상승장이 연출됐으나, 지금은 외국인 매물을 받아줄 여력이 없다.
이처럼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변동성 또한 높아졌다.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Weg the do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1.29%로 주요국 증시 가운데 미국(1.35%) 다음으로 높았다. 영국 1.23%, 일본 1.17%, 중국 1.08%, 대만 0.86%를 기록했다.
'거액 주문'도 1/3 가량 줄어
한편 외국인 뿐 아니라 거액의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국내의 '큰손'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억 원 이상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일평균 '거액 주문' 건수는 지난달 6775건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는 평균 8298건 수준이었다.
거액 주문 건수는 지난해 발생한 금융위기가 지속되던 지난 1분기 6000∼7000건 수준이었으나 2분기가 시작된 4월 1만4402건으로 크게 증가한 뒤 6월 말까지 1만∼1만4000건 수준을 유지했다. 7월부터는 크게 감소해 1분기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1만 주 이상 '대량 주문' 건수도 지난달 1만3150건으로 올해 전체 평균 2만3358건의 55.59% 수준에 그쳤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