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ㆍ재개발사업이 각종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15일 서울동부지검 발표에 따르면 수사 대상이었던 수도권 8개 재건축ㆍ재개발사업 조합에서는 예외없이 크고 작은 비리가 있었고 조합 임원과 공무원, 변호사, 조직폭력배 등 온갖 직업의 소유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부패고리를 형성했다.
검찰은 브로커가 청탁을 성공시키려 조합 임원과 친분이 있는 업계 관계자를 포섭해 또 다른 브로커를 만드는 등 브로커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이를 신종플루 전염에 빗대어 '브로커 플루' 현상이라 불러도 좋을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공사 현장에서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조합 임원들이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만 검은 돈을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 모 시영 단지 재건축 공사장의 경우 브로커 양모(43) 씨는 업자들에게 4억2000만 원을 받아 상당액을 다른 브로커 김모(38) 씨에게 전달했고, 그 중 2억 원은 다시 다른 브로커 김모(57) 씨에게 전달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 단계별로 담당 브로커가 바뀌면서 조합의 임직원들에게 전방위적인 로비가 시도됐던 것이다.
전문 브로커가 다수 단지에 개입하는 거미줄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브로커 강모(38) 씨는 송파구 3개 단지의 관리업체 선정에 개입해 5억 원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모(42) 씨는 잠실 모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관리업체부터 창호업체 선정 등 여러 계약에 개입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총 2억20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양한 직업군이 범행에 가담한 것은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비리가 갈수록 구조적, 조직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검찰조사 결과 조합 간부는 물론 인허가 공무원, 경찰, 변호사, 조직폭력배, 공사업자 등 지역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다는 온갖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사업에 개입해 잇속을 챙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간부 김모(40.구속) 씨는 송파구 모 단지 상가 매수와 관련해 업자에게 1억5000만 원을 받아 조합장과 조합 고문변호사에게 일부를 전달했고, 모 조합 감사 조모(55.여) 씨는 창호 공사를 주는 대가로 업체에서 5000만 원을 받았다.
비리를 감시해야 할 조합 감사나 경찰까지 돈을 받아 챙겨 조합 활동이 사실상 비리에 무방비로 노출됐음을 보여준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시행중인 '공공관리제도'를 보완 확대해 조합장 선거와 재건축 업체 선정 등을 구청 등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일괄 입찰 제도' 등을 도입해 비리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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