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정규직 해고 주도한 이병순 연임 반대"

KBS 계약직지부 20여 명, KBS 본관 점거 농성

지난 두 달간 비정규직 사원 해고와 자회사 전출을 두고 KBS와 교섭을 벌여온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KBS) 계약직지부(지부장 홍미라)가 13일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교섭에 불성실하게 대응해 온 이병순 KBS 사장이 차기 사장에 응모하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9월 초부터 10여 차례 교섭을 벌여온 KBS 계약직지부는 KBS와 지난 12일 6차 본교섭을 실시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지부는 고용안정위원회 설치와 복직 등을 요구했으나 KBS는 거부했다. 결국 더 이상 교섭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KBS 계약직지부는 교섭 결렬을 선언,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농성 과정에서 KBS 청원경찰과 노조원 간 몸싸움도 벌어졌다. 13일 오전 조합원 50여 명은 본관 민주광장을 점거했지만 곧바로 출동한 안전관리팀 청원경찰에 의해 20여 명은 밖으로 끌려 나왔다. 오후 5시 현재 20여 명의 조합원은 민주광장에서, 나머지 20여 명은 건물 밖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 KBS 계약직지부는 13일 KBS 본관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KBS 계약직지부

KBS 계약직지부는 이날 농성에 돌입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가 이어지는 상태에선 더 이상 교섭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교섭 중단 선언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비정규직 해고를 주도한 이병순 사장이 KBS 수장 자리를 유지하는 한 전향적인 검토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사장 연임 저지를 위해 총력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병순 사장이 진정으로 공영방송의 수장 자리를 원한다면 자신의 과오부터 반성하고 이를 바로잡은 후 나서야 한다"며 "정당한 생존권과 노동의 대가를 주장하는 KBS 연봉계약직 사원의 눈물어린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달에 10명씩 해고…고용안정위원회 구성해야"

KBS 계약직지부 조합원인 연봉계약직 사원들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둔 지난 6월 말부터 계약이 해지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개인 계약일자별로 순차적으로 해지를 당하고 있다. KBS 계약직지부에 따르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10월 31일까지 최소 220명의 연봉계약직 사원이 계약해지 됐다.

KBS 계약직지부는 "매달 10여 명의 조합원이 해고되고 있는 계약직지부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특별노사협의회인 고용안정위원회 구성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계약직지부는 사측이 2010년 6월말 이후의 단체협약 자체를 유명무실화 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재직하는 조합원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단체 협약은 종료되어 갱신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부칙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KBS 연봉계약직 사원 16명은 13일 사측을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지난 7월 8일 13명, 9월 15일 22명이 이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낸 바 있다.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다 KBS 청원경찰에게 끌려나가고 있는 조합원. ⓒKBS 계약직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