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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는 무조건 도려내라? 그러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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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는 무조건 도려내라? 그러다 죽는다!"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TOC 전도사' 김천년 씨

포드의 생산 혁명은 경영 혁신 움직임에 불을 댕겼다. 노동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초 단위로 감시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무자비한 이론(과업 관리,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이 나왔고, 뒤이어 가치 체인(value chain) 혁신, 물류 혁신 등 현대 조직 경영의 기초가 되는 각종 이론들이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GE가 널리 퍼뜨렸고 삼성이 도입해 화제가 된 식스 시그마, 최신 프로그램을 이용한 전사적 자원 관리(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일명 '도요타 웨이'로 불리는 적시생산시스템(Just In Time) 등이 유행처럼 경영 현장을 휩쓸었다.

이들 경영 혁신 이론 대부분은 조직원 전부가 엘리트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경영 혁신 이론이 그런 것만은 아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는 혁신이론도 있다. 그것도 꽤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말이다.

키워드 'TOC'가 바로 '다른' 혁신 이론의 대표격이다. 'Theory of Constraints', 즉 '제약 이론'의 약자인 TOC를 키워드로 연재하는 김천년 한국TOC협회 이사는 아직은 국내에 생소한 TOC 전도사다.

김 이사가 설명하는 TOC의 핵심은 한마디로 "조직이 더 중요하다"로 요약된다. 구조조정의 기본 철학인 '안 되는 부문은 사람이든 조직이든 버려서 효율성을 꾀한다'는 주장과는 정반대인, 일견 이상한 '혁신'인 TOC의 세계를 들어보았다.

▲ 김천년 한국TOC협회 이사. ⓒ프레시안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전체가 무너진다

프레시안 : TOC, 제약 이론이라고만 얼핏 들었다. 어떤 혁신 기법인지 간단히 설명해달라.

김천년 : 혁신 기법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처음 제시한 사람은 골드랫(Eliyahu M. Goldratt) 이라는 유대인 물리학자다.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어느 조직이든 일종의 제약에 부딪힌다. 이 제약을 넘어서지 못하면 혁신도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은 매 순간 발생하는 제약을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TOC는 제약을 극복하는 게 혁신에 가장 중요하다는 전제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쉽게 말해 TOC는 식스시그마 등의 경영 기법이라기보다는 경영 철학에 가깝다. 자연과학, 사회과학과 통섭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이 이론이 유명해진 계기가 있나?

김천년 : 골드랫은 앞서 밝혔듯, 경영 현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과학자다. 이 사람이 보기에 기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요즘 기업 현장에서 흔히 강조하는 정보화, 혹은 자동화가 아니라 경영 패러다임이었다. 그는 사람을 중시하는 패러다임, 창의력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을 자신이 일하던 회사에 심고자 했으나 경영진과 충돌하게 됐다. 이에 그곳을 떠나 1986년 AGI(Avraham Y. Goldratt Institute)라는 교육 및 연구 단체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이론을 읽기 쉽게 소설로 쓴 <더 골(The Goal)>을 펴냈다. 이 책이 화제가 되면서 TOC가 널리 퍼지게 됐다.

프레시안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주장하는 바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김천년 : 특별할 게 사실 없다. 기존 경영 혁신 기법 대부분은 개개인이 잘 해야 조직도 잘 굴러간다는 철학을 바탕에 뒀다. 그러니 직원들이 모두 엘리트화 돼야 한다. 이를 부분최적화라고 한다. TOC는 반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자. 각자 뛰어난 조직원이 모여 있다고 과연 조직이 잘 굴러가나? 전체가 최적화되기 위해서는 조직이 잘 돼야 한다. 제약 이론이 여기서 나오는데, 결국 조직이 잘 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직면한 가장 큰 제약을 찾아내 해결하면 된다. 조직원 모두를 엘리트로 키울 필요가 없다.

프레시안 :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 그걸 해결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그렇다면 기존 경영 혁신과 뭐가 다른가?

김천년 : 식스 시그마를 봐라. GE의 식스 시그마는 국내에서 구조 조정의 전가로 활용됐다. 돈이 안 되는 조직, 즉 제약이 발견되면 버리라는 게 구조 조정이다.

TOC도 제약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까진 같다. 그러나 TOC는 그 조직을 버리지 말고, 대신 그 조직의 역량이 늘어날 때까지 다른 조직이 속도를 맞춰주라고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는 거다.

자전거 체인을 보자. 체인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발견됐는데, 이를 가만히 두면 결국 끊어지고 만다. 자전거가 굴러가지 못한다. 이 때 약한 고리를 일단 버리는 게 구조 조정이라면, TOC는 그 고리를 강화시키는데 보다 집중한다.

약한 고리는 버리지 말고 강화해라

프레시안 : 적용 사례를 들어달라.

김천년 : O메디칼이라는 자동주입 주사기 제조 업체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이 회사는 그 흔한 경영컨설팅도 받지 않았다. 단지 경영진이 <더 골>을 읽고 그 책의 내용을 그대로 생산 현장에 적용했을 뿐인데, 석 달이던 납기 주기를 보름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 경영진이 보기에 회사의 제약은 조립 공정이었다. 다른 공정에 비해 조립 공정의 생산 속도가 크게 떨어지다보니, 조직 전체가 적체 현상에 빠지게 됐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인력을 늘리는 거겠지만, 중소기업 현실상 그마저도 어려웠다.

이 회사는 먼저 다른 공정이 제약 공정(조립)의 속도에 생산 속도를 맞추도록 했다. 그리고 3교대제를 도입하는 등 조립 공정의 생산량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이 회사처럼 TOC의 대부분은 중소기업 현장에서 더 잘 적용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프레시안 : 어찌보면 도요타의 JIT와도 비슷한 것 같은데?

김천년 :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이 다르지 않나. 식스 시그마는 통계적 기법으로, 대기업에서 부분 최적화에 집중하는데 효율적인 모델이다. JIT는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둘다 낭비 요소를 줄이자는 점에서는 목적이 같다.

그러나 TOC는 원가 절감, 부분 최적화마저도 한가한 소리라고 강조한다. 먼저 중요한 게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고, 원가 절감은 다음 문제다. 당장 기업 생존의 제1원칙인 이윤 추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TOC가 다른 경영 혁신 이론보다 중소기업 현장에 더 잘 적용되는 이유다.

프레시안 : TOC 이론의 핵심 기법은 뭔가?

김천년 : TP, 즉 싱킹 프로세스(Thinking Process)다. 제약을 무엇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키느냐는 답을 찾아내는 도구다. 간단히 말해 갈등 구조도를 만들어 갈등 요소를 찾아내고 해결하자는 식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고 밤 12시에 귀가하고 싶어하는 딸과, 늦어도 10시에는 귀가하기를 원하는 아버지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고 치자. 이 둘은 궁극적으로 '행복한 가정'을 원한다. 그런데 딸이 생각하기에 가정이 행복해지려면 구성원이 즐거워야 한다. 반면 아버지는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자식의 안전이 중요하다.

이 경우 해결책은 아버지가 12시에 데리러 가는 식으로 절충할 수 있다. TOC에서는 절충을 강조한다. 지시가 아니라.

프레시안 : TOC를 한편으로는 '큰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작은 조직, 혹은 개인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법하다. 조직 성과를 위해 다른 부서는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경영진이 판단하기에 제약 요소로 보이는 일부 부서가 도저히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결국 구조 조정을 하는 게 가장 낫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 않나?

김천년 : TOC는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단지 사람의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TP가 TOC 기법으로 나온 이유도 기본적으로는 조직과 조직원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절충점 찾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 필요

프레시안 : TP는 경영 현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천년 : TOCFE(TOC For Education)이라는 게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교육 부처에서 TOC 이론을 이용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습 기법이다.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일본의 경우 동아리 모임 식으로 각 지방 도시마다 TOC 성공 사례를 나누는 학습 그룹이 생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해비타트(집 지어주기 운동)의 프로젝트 관리에 TOC를 활용한다.

프레시안 : 어찌 보면 '사회 전체의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잘 사는 사람을 밀어주기보다 빈곤층에 복지를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다'는 복지적 관점과도 비슷한 것 같은데? 이렇게 이해해도 되나?

김천년 : 넓게 해석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회사가 종업원의 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성과가 잘 난다는 게 TOC의 바탕이니, 정치·사회적으로 보자면 국민 다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관련된 일화가 생각나는데,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있다. 환경 등을 고려해서 좋은 일을 하자고 만든 건데 방법론이 부족해서 당시에도 힘이 없었다. 새 정부 들면서 결국 힘이 없어졌다. 이 지속가능위가 노무현 정부 때, 갈등을 놓고 포럼을 열었다. TP를 적용했다면 보다 현실적인 방법론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용산 참사 등에도 정부가 TP적 사고를 갖고 접근했다면 보다 좋은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각 분야 전문가들께서도 이런 점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프레시안 : 현재 한국TOC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김천년 : 비철금속회사인 고려아연에 1976년 입사해서 2007년까지 일했다. 회사에 다닐 때 품질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참여했는데, 경영 시스템 표준화 작업이 내 임무였다. 그 때 컨설턴트에게 <더 골>을 소개받았고, 그 일을 계기로 TOC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은 평가받는 대로 행동한다. 성과 지표를 바꿔주면 사람의 행동도 바뀐다.

'키워드 가이드' 내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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