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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의 노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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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의 노홍철!

김긍수발레단 'La 춘향'의 지경민 무용수

▲ ⓒ프레시안

"정리하는 거 되게 좋아해요. 줄 세우고 각 맞추고 그런 거 있잖아요. 안 그렇게 생겼죠?" 서글서글한 눈매만큼이나 솔직담백한 지경민 무용수. 연예인 노홍철처럼 음료수 줄도 일렬로 세우냐는 말에 그런 거 엄청 좋아한다며 연신 반복해서 말하는 그는 갑자기 동료 임진호 무용수 흉보기에 바쁘다.

▲ ⓒ프레시안
"임진호씨 같은 경우는 주의력 결핍? 진짜 장난 아니에요! 임진호씨는 중앙대학교 학부 선배였고, 지금은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에 같이 재학중이예요. 한 번은 임진호씨가 되게 아픈 날이 있었어요. 혼자 지내고 있어서 찾아가려고 했는데 엄청 가기 싫더라구요. 방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딱 들어가면 밟은 데만 간신히 있는 정도?" 이렇게 막 얘기해도 괜찮냐고 물으니 쿨한 웃음으로 답한다. "그런 부분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안무할 때 저 같은 경우는 발만 약간 옆으로 삐져나와도 맞춰져야 하는데, 임진호씨는 약간 자유분방한 부분이 있거든요."

동료 임진호 무용수와 올 7월 아비뇽 페스티벌에 다녀온 그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어왔다며 운을 뗀다. "다른 일정 때문에 동료들보다 하루 늦게 가게 됐는데, 저를 빼고 세 명이서 먼저 작품을 올린 거예요. 오자마자 다음 날부터 바로 합류하겠다고 했더니 다들 말리더군요. 근데 공연을 봤더니 작품이 다 달라진 거예요. '우와! 이 사람들! 나 없는 동안 다 바꿔놨구나! 날 빼내려 그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처음에 실수를 해서 끝까지 다 즉흥한 거였더라구요. 저도 속은 거예요.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었죠. 근데 대단하더라구요."

▲ ⓒ프레시안
기억을 더듬던 그는 자신의 실수담도 함께 털어놓는다. "남자 셋 여자 셋 함께 춤추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혼자 나가버린 거예요. 전 당연히 제가 맞다고 생각했죠. 무대 뒤에선 난리가 났어요. 전 제가 맞다는 확신에 가득 찬 나머지 얼른 나가라는 사람들 말을 끝까지 안 믿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결국 무대를 확인해봤더니 다른 남녀무용수들은 함께 안무를 하고 있었는데, 제 파트 여자무용수분만 홀로 당황해하시며 즉흥안무를 하고 있으신 거예요. 너무 당황해서 진짜 아마추어처럼 헐레벌떡 무대로 뛰어나갔어요. 덕분에 1년 정도 놀림 받으면서 많이 반성했죠."

발레 'La 춘향'에서 변학도역을 맡은 그는 변학도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해내기 어렵다며 말을 꺼낸다. "권위적이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다는 것을 표현해내기 어렵더라구요. 춘향이를 겁탈하는 신이 있는데, 직접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안무가 진행돼요. 도망가는 춘향이를 잡아끌어내서 바닥으로 내리치고 하는 식으로 현대적으로 풀어내죠. 발레보다는 유하게 표현된다고 할까요?"

▲ ⓒ프레시안
그가 처음 무용에 입문한 건 고2때. "초등학교에 텔레비전 보면서 연예인들 춤추는 것을 따라하다 힙합, 비보이 이런 춤들을 추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중3때 무용계쪽에서 일하시던 형님의 권유를 받았는데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결국 고2때부터 무용을 시작하게 됐죠."

"제가 대학 들어갔다는 소문에 다들 깜짝 놀랐어요. '지경민이 대학 가는데 너는 왜 못 가냐?' 그런 거 있죠? 사실 친구 어머님들이 저 별로 안 좋아하셨거든요. 춤춘다고 밤늦게 들어가고 그래서. 그런데 정작 그 친구들은 대학에 다 못 갔어요." 학창시절 '대학을 왜 가야할까?'라는 생각에 대학입학에 큰 뜻을 두지 않았다는 그는 이제는 대학원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며 수줍게 웃는다.

"우리나라 분들은 마술 같은 거 보면서도 즐기기보다는 '저건 어떻게 하는 거지?'라고 분석하면서 보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 공연을 보시면서 뭔가 해석을 하려고 하시는 것보단 분위기라던가 무용수들의 에너지, 그런 것들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어떤 공연을 보고 극장에서 나왔는데, 옛날 헤어진 여자친구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이런 거 있잖아요. 재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사소하게라도 합쳐지는 것, 그것이 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지한 그의 모습에서는 무용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묻어나왔다. 자신이 직접 안무한 작품을 보고 눈물 흘렸던 관객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는 지경민 무용수.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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