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는 서양 의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개항 전후부터 식민지가 끝나는 1945년까지를 다루고자 하였다. 주제에 따라서는 그 범위를 넘는 시기까지 다루기도 하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서양 의학이 한국에 어떻게 수용되었고, 그 의학을 수용하면서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해나갔는지 살펴보고자 했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연재를 읽고 독자들이 보여준 반응 중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국 서양 의학의 역사에 대한 글을 찾아 헤맸다'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그 동안 알고 싶었던 내용을 전달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
처음 이 연재를 기획하면서 가능한 한 글을 짧게 쓰고 다수의 자료 사진을 실어 한국 서양 의학의 도입과 발전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실제 연재를 진행하면서 자료 사진보다는 글 위주의 연재가 되어 버렸다. 추후에 보다 풍부한 자료 사진을 담은 연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연재를 진행하면서 기록에 남기고 싶은 몇 가지 일들이 있다.
우선 일부 독자들의 '기대 이상의 관심'이었다. 우리는 현재 논쟁이 이루어지는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독자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이 글을 연재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자료에 기초한 역사적 사실 서술을 목표로 하였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의견만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결과 연재 내용이 종종 사실의 기술에 집중되기도 하였고, 따라서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료에 입각한 서술을 지향하였기에 생긴 불가피한 결과였다고 자위한다.
그러나 그 서술에 대해서도 '예기치 못한 관심'이 표명되었다. 우선 한의학이다. 한국에는 전통 의학으로 한의학이 있었다. 한의학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 표현대로 한의학과 체계가 다른 서양 의학이 도입된 시기는 19세기 말이었다. 이 연재는 바로 서양 의학의 도입과 초기 모습을 다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왜 서양 의학이 쉽게 도입되고 현재 주류 의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예를 들면, 서양 의학의 특징으로 외과술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강조에 대해 예기치 못한 댓글들이 달렸다.
다음으로는 선교 의학이었다. 연재 도중 가끔 등장한 제중원의 성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이 있었다. 선교 의학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 자리는 그 문제제기들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기 적합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전자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한의학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말씀을, 후자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한국 의학사가 관립 위주로 기술되었기에 생긴 결과라는 말씀을 드린다.
나아가 그 댓글을 통해 보인 관심을 한국 의학사 연구 쪽으로 연장시켜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그 문제제기들은 언론이 아닌 학문의 영역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재를 통해 얻은 조그마한 수확은 한국 최초의 '개업 의사'로 알려져 있는 박일근의 후손이 연락을 해 온 점이다. 그는 박일근의 종증손으로 자신의 작은 증조부인 박일근에 대해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통해 박일근의 개업이 제중원 원장이었던 에비슨과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연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소속된 연세대학교의 소장 유물이 문화재청의 의료분야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일이 있었다. 한국 근대 서양 의학의 역사를 알려주는 귀중한 유물들이라는 생각에 그 유물들을 간단히 소개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그 동안 '의학사 산책'에 성원과 관심을 보내주신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들게 감사를 드린다. 연재 글은 조만간 책으로 완성되어 출간될 예정이다. 그 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등록문화재 제445호 <알렌의 진단서>는 연세대학교의 시작이자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의 책임을 맡았던 알렌(1858~1932)이 발행한 한국 최고(最古)의 근대 서양식 진단서이다. 1885년 9월 13일 해관(海關) 직원 웰쉬(C. A. Welsch)에게 발급한 것으로 1~2주 간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알렌의 유품 <알렌의 검안경(檢眼鏡)>도 등록문화제 제446호로 등록되었다.
<에비슨의 수술 장면 유리건판 필름>은 448호로 등록되었다. 이것은 에비슨이 제중원의 후신인 세브란스병원에서 한국인 조수 박서양의 도움을 받아 수술하는 장면을 담은 유리원판 필름으로 대한제국기 당시의 수술실장, 수술도구, 수술인력, 수술복장 등을 보여주는 희귀한 사진의 원판필름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
대한제국의 어의(御醫)로 활동했던 분쉬(Richard Wunsch, 1869~1911)가 사용했던 외과 도구가 제450호로 등록되었다. <분쉬의 외과 도구>는 금속제 핀셋, 가위, 칼, 바늘 등과 목제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말 전통의학과 근대서양의학의 교량역할을 한 선구자로 평가받는 분쉬의 유물로서 한국 근대의학사 연구에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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