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오늘(11일) 오후 4시경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박쥐>의 동영상이 국내 및 미국의 일부 웹하드 사이트에서 불법 유포되고 있는 사실을 9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이에 대해 11일 전국 주요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고 국내 주요 웹하드 업체에도 공문을 보내 불법 유통 확산 방지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북미 배급권을 갖고 있는 유니버셜 픽쳐스와 함께 강력한 법정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 영화 <박쥐>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9일밤 국내 4, 50개 사이트에서 500건 가량이 유포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신종플루보다도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밝혔다. <박쥐> 불법 동영상은 9일밤 유포되기 시작해 다음 날인 10일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으나 오늘(11일) 다소 주춤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쥐>는 DVD 제작의 마지막 후반 작업을 막 마친 상태로, <해운대>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일어난 일이라 영화계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해운대>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박쥐>의 동영상 역시 DVD가 출시되기도 전에 DVD급의 화질이 유출된 것으로 보아 DVD 작업 공정과 관련된 관계자가 유출한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일반 소비자에 의해 무분별하게 불법 동영상이 확산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작업과 관련된 관계자의 소행인 경우 더욱 사건의 심각성이 커진다. 그러나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내와 미국 내 웹하드 업체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박쥐>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처음 진원지가 한국인지 미국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본지가 한 인터넷 업체에서 입수한 <박쥐>의 불법 동영상 버전의 경우 AVI 파일이 아닌 ALZ 압축파일로 유통되고 있었고, 파일에 아예 영어 자막이 입혀져 있었다.
국내 DVD 시장에서의 피해도 문제지만, 특히 <박쥐>의 경우 CJ엔터테인먼트 측과 유니버설 픽쳐스 측은 북미 DVD 시장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31일 극장개봉 당시 4개 도시에서만 한정 개봉됐지만 박찬욱 감독의 인지도와 인기가 매우 높은 데다, 북미는 극장시장보다 다양한 북미시장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에서 <박쥐>는 국내보다도 빠른 오는 11월 17일 DVD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화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유출건과 관련해 "현재 한국영화가 어려운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부가판권 시장의 붕괴인데, <박쥐>마저 불법 유통되고 있어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누가 유출했는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법으로 업로드하고 다운로드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풍토가 아니겠는가. 이것은 비단 <박쥐>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영화에 똑같이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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