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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판사 꾸짖기'에 장단 맞췄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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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판사 꾸짖기'에 장단 맞췄더니…

[김종배의 it] 신영철 대법관의 '배째라'는?

토 달지 않으련다. 아니, 적극적으로 장단 맞추련다.

조중동의 주장은 옳다. 법관윤리강령에 '정치적 중립 의무'가 명시돼 있고, 법원공직자윤리위가 판사의 정치인 후원금 납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권고했다고 하지 않는가.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노회찬 마들연구소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해 10만원의 후원금을 낸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조중동 주장대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정치적 관계가 있는" 민노당 관계자 12명의 국회 로텐더홀 점거 사건 재판을 맡은 상황을 감안하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항변은 성립되지 않는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자신의 가족상에 문상하고 조의금을 낸 데 대한 답례였다는 항변은 범부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내 자식 결혼식 때 낸 축의금 액수를 확인한 뒤 꼭 그만큼의 축의금을 상대방 결혼식에 내는 건 일개 필부나 하는 일이다. 판사는 고고해야 한다. '셈셈' 계산법은 온몸으로 거부하고 사적 예의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노회찬 대표와 민노당과의 관계도 그렇다. 노회찬 대표가 민노당원이었던 건 예전의 일이고, 지금은 제 갈 길 가는 다른 당의 대표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치 않다. 그래봤자 초록이다. 동색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매지 않는 법이다. 일반인의 처신이 이럴진대 판사는 오죽하겠는가. 아예 오얏나무 근처에 가지 말아야 한다. 피고인의 사돈에 팔촌까지 살펴 신종플루 환자 보듯 해야 한다.

거듭 확인한다. 조중동의 지적은 지극히 타당하다. 마은혁 판사의 행동에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있더라도 스스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판사의 처신은 다른 어느 직업보다도 신중해야 한다(조선일보)"고 하지 않는가. "국가권력과 관련한 형사소송에서 '공정'을 기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중앙일보)"고 하지 않는가. "개인적 사상, 가치관, 종교 등으로부터 오는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동아일보)"고 하지 않는가.

마은혁 판사는 마땅히 그랬어야 한다. 조중동이 일깨우기 전에 몸소 실천했어야 한다. '우리법연구회'에 가입한 마은혁 판사라면,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으로부터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된 마은혁 판사라면 더더욱 그랬어야 한다.

근데 왜일까? 개운치가 않다. 조중동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체증이 가시지 않는다. 조중동의 쾌도난마와 같은 논리를 정독하면 할수록 난감함이 배가된다.

마은혁 판사보다 훨씬 높은 판사가 있었다. 마은혁 판사의 사적인 행동보다 훨씬 심각한 공적인 행위가 있었다. 마은혁 판사의 정치중립 의무 위반 '논란'보다 더 확실한 재판개입 '사실'이 있었다.

신영철 대법관, 그는 지금도 건재하다. 야당의 탄핵 움직임과 여론의 성토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신영철 대법관의 '배째라' 태도를 준엄하게 꾸짖지 않는다.
▲ 신영철 대법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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