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 강혜정이 출연하는 <킬미>나 강지환, 이지아가 주연을 맡은 <내 눈에 콩깍지>는 아쉬움이 다소 많이 드는 영화들. <펜트하우스 코끼리> 역시 상류층 젊은이의 퇴폐와 향락, 그 가운데 허무를 그려내고자 하는 야심은 넘치나 절제의 미가 아쉽다.
▲ 집행자 |
감독 최진호
주연 조재현, 윤계상, 박인환
교도관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된 재경(윤계상)은 첫 날부터 깐깐한 성격의 선배 교도관 종호(조재현)과 부딪히고, 짖궂은 재소자들 때문에 골탕을 먹는다. 종호는 재경에게 "짐승은 강한 놈에게 덤비지 않는 법"이라며 물리력을 동원해 재소자들의 기를 다스리는 방법을 전수해주는가 하면, 종호와는 정반대 스타일의 선배 교도관인 김교위(박인환)는 사형수와 내기장기를 두며 친근하게 지낸다. 이 교도소에 연쇄살인범 장용두가 수감되고, 여론을 의식한 법무부에서는 장용두를 포함해 사형수 세 명의 사형집행명령서를 전달한다. 교도관들은 저마다 핑계를 대며 사형집행을 꺼리고, 유일하게 사형집행 경험이 있는 김교위와 "법을 집행하는 것일 뿐"이라는 종호, 그리고 재경이 사형집행자로 뽑히게 된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집행자>는 교도관으로 첫 출근한 재경의 눈을 통해 사형에 대해 일견 극단의 다른 의견을 배치해 놓지만, 결국 사형 역시 인간이 '법제도'를 통해 행하는 '살인'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영화다. 사형제 반대의 입장에 섰으면서도 영화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설득하고 설교하기보다 사형제 찬반을 둘러싼 입장들을 고루 수렴하고 배려했던 <데드맨 워킹> 같은 영화가 이미 95년에 선을 보인 이상, <집행자>가 드러내는 다소 안이한 고민의 수위는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보다는 교도소 내의 풍경과 교도관들의 생활에 큰 비중을 두고 묘사를 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 펜트하우스 코끼리 |
감독 정승구
주연 장혁, 조동혁, 이상우
사진작가인 현우(장혁)는 성형외과 의사인 민석(조동혁), 금융전문가인 진혁(이상우)과 죽마고우다. 최근 여자친구에게 실연당한 현우는 자신의 고급 펜트하우스에서 대마초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현우의 여동생 수연(이민정)과 결혼한 민석은 심지어 병원에 상담하러 온 환자와도 순간적인 섹스를 즐기는 섹스중독자. 한편 오래 전 수연과 사랑하는 사이었다가 미국에 이민을 간 진혁은 최근 화려하게 고국에 돌아와 수연과 불륜의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관계는 민석이 수연과 진혁의 사이를 알게 되면서, 그리고 자신과 내연의 관계였던 여배우와 관계를 정리하려 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화려한 상류층의 퇴폐와 향락의 허무한 삶을 다루며 세 명의 '끈끈한 친구' 사이의 파국을 묘사한다. 고 장자연의 유작으로, 장자연은 조동혁과 내연관계의 여배우로, <미스 홍당무>의 황우슬혜가 장혁이 만나는 신비한 장선생으로 출연한다.
▲ 내 눈에 콩깍지 |
감독 이장수
주연 강지환, 이지아
재력과 매력, 능력을 겸비한 세계적인 건축가 강태풍(강지환)이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다. 별로 다치지는 않았으나 단기의 시각장애를 후유증으로 얻게 된 그는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발랄한 성격의 동물잡지 기자 왕소중(이지아)을 천하의 절세미인으로 보고 사랑에 빠진다. 짧지만 강렬한 사랑도 잠시, 갑작스럽게 중국 출장을 다녀오게 된 왕소중은 강태풍과 환상적인 재회를 꿈꾸지만, 자신을 전혀 몰라보는 그에게 상처를 받는다. 일본작가 이시즈카 운쇼가 각본을 쓰고 <아스팔트 사나이>, <천국의 계단> 등 인기 TV 드라마를 연출했던 이장수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텔레시네마'를 표방한 7편의 TV 영화 시리즈의 첫 영화다.
▲ 킬미 |
감독 양종현
주연 신현준, 강혜정
에이전시에 소속돼 전문 킬러로 일해온 현준(신현준)은 어느 날 살인 의뢰를 받고 출동하지만, 자신이 죽여야 할 이가 애초 의뢰와 달리 여자인 데다 그녀, 진영(강혜정)이 실연을 당한 뒤 이런저런 자살이 모두 실패해 자신을 죽여달라며 의뢰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은 자살 도우미가 아니라며 돌아서는 남자와, 킬러니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대들던 여자는 이후 묘한 감정을 느끼며 우연의 만남을 계속하게 된다. 연애에 서툰 킬러와 연이어 자살에 실패한 여자 간 엉뚱의 로맨스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원래 2007년 만들어졌으나 뒤늦게야 개봉하게 됐다.
▲ 귀향 |
감독 안선경
주연 지아, 박상훈, 김예리
호주로 입양돼 '루카스 페도라'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성찬(박상훈)이 30년만에 생모를 찾아 고국에 온다. 그러나 대구에서 발견된 미아라는 사실만 알게 됐을 뿐, 자신의 과거는 여전히 베일에 덮여 있다. 생모를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모녀가 운영하는 허름한 여인숙에 숙소를 정한다. 그리고 방문자를 죽여 생활하던 두 여자의 표적이 된다. 알베르 카뮈의 희곡 '오해'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들어진 영화로, 버려져 입양된 이가 되돌아와 다시 생모의 손에 죽는 비극을 그려낸다. 여기에 원치 않은 임신으로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소연(김예리)의 이야기가 엮인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소개가 됐다. 고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이화시가 여인숙의 늙은 여자 역으로 출연해 30년만에 연기를 선보이며,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 <숨>, <비몽>에 출연했던 박지아가 여인숙의 성녀 역으로 출연한다.
▲ 폭렬닌자 고에몬 |
감독 기리야 가즈아키
주연 에구치 요스케, 오사와 다카오, 히로스에 료코
1582년, 천하통일을 꿈꾸던 오다 노부나가가 모반으로 죽음을 당하자 그의 오른팔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오쿠다 에이지)가 주군의 온수를 갚고 스스로 천하통일을 달성한다. 그러나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서민들의 삶이 궁핍해지면서 민심이 소란해진다. 이때 부자들의 금품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의적 이시카와 고에몬(에구치 요스케)이 등장해 민중들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고에몬은 어느 날 이상한 상자를 손에 넣고, 이것이 그의 운명과 역사를 바꿀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격투기 스타 최홍만의 출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폭녈닌자> 고에몬은 <캐산>을 연출한 기리야 가즈아키 감독이 만든 일본식 블록버스터로, 일본 전국시대의 실존인물들을 대거 등장시킨 가운데 가공인물인 의적 고에몬의 활약을 화려한 CG와 스타캐스팅을 통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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