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년에 60만 개의 일자리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취임 첫해인 2008년에는 일자리가 14만5000개 증가하는데 그쳤고, 올해는 오히려 8만 개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2년 동안 일자리가 6만5000개 늘어났다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 증가가 15만 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공약으로 따지면 18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어야 한다. 목표에 비해 175만 개가 부족하다. 경제위기라는 악조건과 더불어 원래 대선공약은 부풀려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자리 문제가 이명박 정부에게 얼마나 약한 고리인지 보여준다.
정부도 4일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정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국제한인경제인총연합 조찬 강연에서 "올해 일자리가 전년대비 8만 명 정도 줄고, 내년엔 15만 명 정도 늘어나 2년 동안 7만 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래 우리 경제는 1년에 25만-30만 명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정상인 경제"라고 밝혔다.
허 차관은 "2년이면 60만 명이어야 하는데도 이 정도이니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결국 경제 정책의 모든 목표는 일자리인데 고민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률 숫자는 올라가고 있지 않지만 이는 지표의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공식 실업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시인하기도 했다.
허 차관은 이어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민간이 고용을 창출하기 전까지 가장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생계를 지원해주는 차원의 일자리일 뿐"이라면서 희망근로 등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한계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허 차관은 "일자리 창출의 대안은 서비스 산업"이라며 "제조업의 경우 경제가 좋았을 때도 매년 4만~5만 명 가량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경쟁력을 갖출수록 자동화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게 돼 있지만 서비스산업의 일자리는 매년 만들어진다"고 정부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허 차관은 "위기 이후엔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으므로 내수를 키워야 한다"며 "교육과 의료, 관광 등의 분야에서 진입장벽과 각종 규제를 풀어야만 고용을 만들고 우리나라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증현 "법률 등 전문자격사 진입 장벽 완화"
이와 관련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전문자격사의 진입장벽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일반인이나 기업체에도 변호사, 의사 등 전문자격사를 고용해 법률사무소나, 법무법인, 병·의원 등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자격사 제도의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변호사들은 "법조브로커를 양성화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하는 등 해당 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윤 장관은 이날 "법률, 회계, 컨설팅 등 전문자격사는 고부가가치며 제조업 발전에도 필수적"이라면서 "정부는 전문자격사의 진입 제한을 완화하고 경쟁을 유도하며 전문화, 대형화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를 위해 관계 부처가 노력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연내에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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