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연습하는 게 제일 큰 행복이에요." 매서운 눈매와 까슬한 파마머리에서 풍겨 나오는 강렬한 첫인상과는 달리 그의 미소는 스물여섯의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아이처럼 해맑았다. 휴일 없이 매일 5시간씩 연습한다는 임진호 무용수. 주변 사람들 얼굴 보기 힘들겠다는 말에 "여자친구 못 본지 한 달 됐어요. 하지만 그걸 이해 못해준다면 만날 수 없었겠죠. 친구들은 거의 못 봐요. 그래도 이 일에 만족해요"라며 싱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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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무용이 자신의 삶 같다는 그는 "집을 나올 때마다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왜 나는 지금 연습실로 가고 있는 거지? 왜 무용에 목을 맬까? 이렇게 힘든데.' 그런데도 무용을 하는 게 좋아요. 즐겁구요. 사실 (무용을 하는 것이) '왜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걸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라며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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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다른 직업은 장례지도사예요." 그간의 행보에 대해 묻던 중 그는 불쑥 자신의 또 다른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저와 이번 공연에서 변학도역을 맡은 경민이, 그리고 다른 친구와 셋이서 'I go'라는 작품으로 아비뇽 페스티벌에 나갔었어요. 제가 안무한 건데요, 죽음에 대한 내용을 다룬 작품이에요. 사실 학비를 벌기 위해 1년간 장례지도사 일을 했어요. 삼촌과 아버님 밑에서요. 두 분 다 현재 그 일을 하고 있으시거든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I go'라는 작품을 만들게 됐죠."
장례지도사의 경험은 그의 안무에 모티브로 작용했다. "가끔 새벽에 아버님께 전화가 와요.'고인이 많이 오셨는데 일손이 딸린다. 네가 와서 좀 거들어라.' 자다가 헐레벌떡 일어나서 양복을 갖춰 입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뛰어가죠. 카트를 몰고 중환자실에서 고인을 모셔 와요. 따뜻한 고인을 곱게 초염(初殮)하고… 그런 과정에서 유족들의 말소리가 들려와요. 대성통곡하며 오열하는 목소리뿐 아니라 이런저런 문제로 언성을 높이는 소리까지. 그런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순간의 감정 변화들이 모두 모티브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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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는 12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I go'로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그때의 일들을 얘기하려면 3박 4일은 걸린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는,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냐는 물음에 예의 진중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에서 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사랑의 다양성이에요. 아마도 공연이 올라가는 날까지 교수님께 계속 이런저런 부분들을 프러포즈하면서 제가 표현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게 될 거예요. 공연을 통해 다양한 걸 보시고, 다양한 걸 많이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피나 바우쉬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왜 좋아하냐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일축해버렸다. 스타일이나 장르를 떠나 좋은 게 제일 좋은 게 아니냐며 반문하는 그의 얼굴은 다시금 해맑은 미소로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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